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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도을단상> 주말의 명화名畵

흩날리는 벚꽃을 몇 번이나 더 볼 것인가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주말의 명화名畵

부모님들은 아들네 밥 먹으러 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하십니다.

지난 주에는 정체성대로 국민의 힘 지지자인 엄마는 빨강색 옷을 입고,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를 오가시는 아버지는 주로 파랑색. 오늘은 지난 주와 달리 노랑색을 입고 오셨네요.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적대감이나 분노없이 누리는 개성있는 가정이죠.

저는 중도, 아내는 진보, 아들은 보수 성향이 더 강합니다.


제대하고 복학한 뒤 첫 중간고사를 맞아 주56시간 공부를 하는 아들은 빈주먹으로 건배를 했습니다.


우족을 우려낸 육수로 끓여낸 칼국수와 아버지를 미소짓게 만드는 오돌갈비와 소주 2병으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탐험가 모자가 너무 가볍고 좋다고 대단히 기뻐하십니다. 부추와 상추를 들고오셨는데, 더 신나게 농사 지으실 것 같습니다. 옥수수 모종이 나왔다고 옥수수를 심어야겠다고 하시네요.


작년에 캐서 먹고 마지막 남은 고구마를 쪄서 반건조했더니 너무 맛있다면서 모자 2개를 선물 받아 야구모자는 쓰고, 밀림모자는 손에 들고 기분좋은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집으로 돌아가십니다.


가족들과 이번 달까지 정확하게 60종의 전통주를 맛보신 부모님이 2천종의 한국 전통주 가운데 몇 종을 더 드실 수 있을까요.

흩날리는 벚꽃의 꽃비를 몇 번이나 더 보실까요.


두 분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제 아들은 너무 좋아합니다. 다른 노인들은 할아버지 혼자 앞서가고 할머니가 따라가기 바쁜데 우리 조부모님은 안 그래서 정말로 좋다고.


누가 봐도 좋은 그림같은 뒷모습.

부모님이 만들어 준 주말의 명화를 가슴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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