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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두만 Nov 07. 2022

손을 잡는 의미

미지의 세계를 향한 첫 번째 접속  

 



  손을 잡는 행위는 내게 더없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손을 마주 잡은 사람들은 대체 어떤 우주의 이치와 조화로 인해 같은 시공간에 상주하다가 이끌려서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걸까.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지구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끝나지 않고,  나아가서 세상의 풍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는 모습은 괜스레 눈물겹다. 유치원 꼬마 아이든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부부든 간에 나이와 상관없이 의지할  있는 타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완전한 남으로 태어나 서로의 짝이 된다는  단순하고도 당연한 운명이, 내게는 불가해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손에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삶의 흔적이 새겨져 있는데, 열 개의 손가락이 엇갈리며 서로를 붙잡을 때, 서로는 지금껏 새겨진 시간의 나이테를 감싸 안는다. 손을 잡는 행위만으로 당장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겠으나, 마주잡은 손은 최소한 미지의 영역인 당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뜻한다. 스킨십이 가벼워진 세상에도 손을 잡는 모습이 내게 주는 감정은 여전히 애틋하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내가 모르고 살아왔던 세계에 대한 첫 번째 접속이며, 일반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를 특별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언어는 규정된 의미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해주지 못한다. 사랑한다는 말로는 내가 어떤 연유로 당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얼마만큼의 호감을 가지는지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언어가 필연적으로 소통의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손은 말보다 분명한 감정을 전달한다.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하는 특성을, 손이라는 매개체는 본래부터 갖고 있다.


  우연하게 마주하는 인연들 속에서 진정 기억에 남을만한 이들은 누구인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그 사람도 과연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생각할까. 손은 그런 의문들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다. 손을 잡는 것은 스킨십의 첫 단계이기도 하지만 시도하기에 가장 어려운 행위이기도 하다. 갖가지 가능성을 무릅쓰고 서로의 손을 마주 잡는다는 것은, 특별할 수밖에 없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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