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도 어려운 적절한 거리
아주 친밀한 관계라도 적당한 ‘선’은 지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예의가 없고 무례하게 행동하며 선을 넘는 사람들을 나는 본능적으로 멀리한다. 나는 유난히 타인과 선을 지키는 것을 중요시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센스 있는 사람일수록 대게 이 ‘선’을 참 잘 지킨다. 선을 넘는 법이 결코 없고 딱 적당한 거리에서 균형을 유지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선을 지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그 사람을 떠올리면 생각하는 것만으로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어쨌든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은 대체로 비슷하다. 너무 과한 간섭과 지나친 이기심, 그리고 타인의 감정에 대한 둔감함 등이 있다. 설령 애정 어린 간섭이라 해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결국 민폐가 되는 법, 또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기피대상 1순위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선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언젠가 한 번 이러한 성향을 놓고, 나 자신이 과하게 예민한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기 방어주의적인 태도로 잣대의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본 적이 있다. 아직까지 깔끔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예민한 편에 속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 성격이 돼버렸지만, 다행히 티를 잘 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조금 피곤할 뿐 사회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상대방을 위한 배려나 염려도 선을 넘을 때가 있는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배려이고 염려이고 관심이고 애정이겠지만, 상대에게는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진심으로 걱정되는 마음에 상대방에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선을 지켜야 한다. 내가 염려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내 염려를 잠재워줄 것을 강요하거나 원했던 피드백이 안 왔다고 해서 서운함을 표현해선 안 된다.
진심으로 걱정돼서 전한 말이라도, 그것이 상대의 마음을 짓누른다면 이미 그건 ‘배려’가 아니다.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가족이라 해도, 아니 어쩌면 가족일수록,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험상 확실한 것은 하나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적당한 거리에서 관계를 이어갈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하다는 것.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경청하는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면, 서로 불편할 일도, 괜히 상처받을 일도 훨씬 줄어든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