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자

싫지만은 않은 고집스러운 구석

by max

비교적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를 좋아한다. 실행력은 다소 떨어지는 면에서 ‘계획형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쉴 때는 철저하게 아무 계획이 없으며, 계획이 있다고 한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이자 희망사항 정도지 그것을 꼭 하고야 말겠다는 건 아니다. 성격유형 검사를 해도 ‘p’에 가까운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왜 이상하게도 일할 때만큼은 정반대의 성향이 나오는 걸까.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고, 일에 완벽을 요구한다. 원래 성격은 그렇지 않은데, 일할 땐 나 자신에게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들이대다 보니 매사 업무 긴장감이 크다. 그러다 보니 더 쉽게 피로를 느낀다.


팀원을 관리하는 보직을 맡으면서 그 스트레스가 더욱 커졌다. 할 일 리스트가 정해지면 그날 정해둔 업무 리스트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고집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팀원이 계획대로 실행하지 않거나 일을 미뤄버리면 그때부터 참기 힘든 불편함에 지배당한다. 물론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계획한 데로 일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그 사람의 습관이 된다.


그렇다고 불편함을 시원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성격도 못 된다. 싫은 소리를 하면 내내 신경이 쓰이고, 결국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백 번쯤 고민하다가 그냥 말을 삼킨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혼자 스트레스를 안고 또 버티다 보면 어느새 한 주가 훌쩍 지나 있다.


그래서 혼자 일하는 게 편하고, 혼자 처리하는 방식이 늘 편하다. 타인의 속도에 맞출 필요도, 감정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런 방식이 나에게는 훨씬 효율적이고, 또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관계로 이제는 팀을 관리하는 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관리하고, 조율하고, 조정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이 과정에서 협업의 보람이나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 동료애 등 배우는 점도 상당히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의 한계도 자주 느낀다. 그럴수록 혼자 잘하면 되는 일을 어쩔 수 없이 그리워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글을 쓰는 일이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공부도, 취재도, 글쓰기도 스스로 정해둔 계획대로 실행하면 되고 모두 내 손 안에서 조율된다. 마감 스트레스는 일상이 되었고, 이제는 그마저도 익숙하다.


가급적 평생 글을 쓰며 살고 싶다. 게으름과 완벽주의, 그 상반된 두 얼굴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일이니까.


글 속에서는 내가 나를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게으름이 창의력을 불러오고, 완벽주의가 문장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한, 나는 아마 글을 계속 쓰게 될 것이다.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