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사람, 다시 오는 사람
사람 관리를 정말 못하는 사람? 저요, 저 정말 못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소중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사람 만나는 것에 피곤함을 느끼다 보니 막상 만나는 일은 늘 뒤로 미룬다.
대학 시절,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바로 인맥관리. 누군가는 인맥을 자산처럼 쌓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쌓지 못한다.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그래서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보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이어진 소꿉친구 한 명, 인맥관리를 중요시하지 않아 나와 같이 친구가 많지 않은 지인 몇 분 정도 남은 것 같다. 30대 후반이 되고 나니 사람 관계가 신기하게 정리가 됐다. 물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먼저 적극적으로 챙기지도 않았으면서 잃기는 싫은 심보로 버텨왔는데 하나둘 정말 떠나가는 인연들을 보니 괜히 서글퍼졌다. 예견되었던 일이지만, 그럼에도 만남을 차일피일 미뤄오다 결국 이렇게 됐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쌤통이지 뭐...’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어쩌면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는 나름 이별의 기간을 홀로 애도했다.
이런 일쯤이야 예전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에 커다란 인연을 하나 잃은 것이 아무래도 타격이 컸나 보다. 대학 시절 선배 언니였다. 어쩌다 급속도로 친해졌고 졸업 후에도 만남을 이어갔다. 언니는 간 희귀 질환을 앓았고 나 역시 건강이 최악이었던 시기를 함께 이겨나가며 더욱 끈끈해졌다. 치료 방법이라고는 간 이식뿐이던 언니는 이식을 성공적으로 받았고, 우리는 시련이 우리 곁에서 멀어졌음에 감사하면서 감사하며 20대의 시간을 함께 견뎠다.
30대에 접어든 이후부터는 자주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항상 연결돼 있다고 믿었다. 1년에 한 번, 생일날 연락하는 정도로 6년을 이어간 거면 사실 오래 유지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에서 더 이상 이 연락마저 하지 않는다면 관계는 끊어지기 너무 쉬운 상태니까 말이다. 결국 그 연결의 믿음은 6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 인연을 계속 붙잡고 싶었다면, 내가 먼저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남까지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작년부터는 일방적으로 그의 생일을 챙기고 있는 나를 보았고, 이후 “우리 한 번 보자”는 나의 제안을 두 번이나 거절당한 뒤에야 깨달았다. 이 관계는 이제 끝이 났구나, 내가 너무 늦어버렸구나.
이 일로 시무룩해진 내게 남편이 한마디 위로를 건넸다. 너만 연락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돌보는 것이라고.
이 짤막한 위로가 꽤 큰 힘이 됐다. 어쩌면 조금은 더 내 쪽의 짝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 좋은 추억으로 이렇게 책 속에 남기기로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렇게 가는 인연이 생긴 사이로 새로운 인연이 비집고 들어왔다. 한 날 예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회사를 떠난 지 이미 5년이 훌쩍 넘은 뒤였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연락이었다.
“언니 나 기억해?”
그 한 줄의 메시지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사실 나 역시 몇 번이고 먼저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미뤄왔기 때문에 더 반가웠다. 그 친구는 말했다. 자기도 친구가 많지 않아서, 그래서 더 오래 관계를 지키고 싶다고. 항상 집순이인 나를 집 밖으로 끌어내주던 동생이었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친구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이 친구가 부를 땐 미루지 않겠다고.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보자고 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