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의 여행… 다시, 설렘
평소 여행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편이라고 대답하지만, 막상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집이 아니면, 내 침대가 아니면 잠을 편히 자지 못하는 편이기도 하고, 고양이를 두고 굳이 먼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또 여행을 가게 되면 반드시 안 들러보는 곳 없이 여행지를 수색하고, 그럴듯한 사진 하나 쯤은 건져 와야 할 것 같은 강박 아닌 강박도 있었다. 그래서 여행의 시작 자체가 버겁고 귀찮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을 조금 바꿨다. 멀리 떠나는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 옆 동네에 맛있는 것 먹으러 가듯 가볍게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지난가을, 부모님과 함께 갔던 펜션 여행을 시작으로 남편과 두 번의 여행을 더 다녀왔다. 부모님과 함께 갔던 가평의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는데 단양과 목포까지 다녀왔다. 가평 그리고 남이섬은 부모님과 함께 갈 거라고는 한 번도 예상해 본 적 없는 곳이어서 더 특별하게 남았다. 남편의 안정감 있는 운전, 부모님의 커플 자전거, 남이섬의 오리들, 엄빠표 바비큐, 아침 산책 길 아빠와 단둘이 대화, 엄마와의 취중 수다까지. 모든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단양과 목포는 모두 처음 가본 여행지였다. 단양의 가을 절경은 왜 이제야 봤을까 싶을 만큼 깊은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이렇게 예쁜 도시가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고, 음식은 또 왜 이렇게 내 취향인지. 단양이 내게 준 치유의 힘은 엄청났다. 여행을 다녀온 뒤 며칠 동안 단양 앓이를 할 정도로 좋은 기억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따뜻했던 목포의 겨울 풍경도 좋았나 보다. 여름에 다시 가야겠다는 마음을 안고 온 걸 보면.
2025년에는 여행을 많이 다녀야겠다고 막연히 계획했는데, ‘많이’까진 아니어도 이렇게 행복한 추억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중간쯤에서 이렇게 떠올릴 수 있는 여행의 장면들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덕분에 올해를 덜 아쉬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행들을 준비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설렘’이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설레는 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아쉬웠던 참이었다. 하루하루 평온한 게 큰 행복이자 감사함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그래도 마음이 크게 들뜨는 감정이 사라지는 건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여행으로 인해 오랜만에 그런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더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희미해져 가는 감정들은 늘 아쉽다. 자칫 너무 희미해질 뻔한 설레고 두근대는 감정, 그리고 20대 때나 느꼈던 활기찬 감정들을 오랜만에 다시 마주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사실 이런 시간들은 진작 만들 수 있었던 것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왜 여태 이런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보지 않고 등한시했는지 아쉬운 마음들이 몰려오지만, 과거형은 잊고 앞으로 내가 만들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만 생각하자.
내년에는 이런 기회를 사계절 내내 만들어봐야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려낼 수 있는 여행 순간을 더 많이 쌓아가야겠다.
여행을 딱히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이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쯤은 꼭 여행을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많은 감정이, 그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