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우리 마을이 그랬다.
당신은 한 마을이 일어서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우리 마을이 그랬다.
당신은 정치가 됐건 종교가 됐건 스포츠가 됐건 다른 무엇이 됐건 뭐 하나라도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온 사방에서 달려 나와 오래된 술집의 불을 끄려고 애를 쓰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그랬다. 어쩌면 당신도 그랬을지 모른다. 어쩌면 당신도 생각보다 우리하고 비슷할지 모른다.
우리는 최선의 최선을 다했다. 그날 밤에 가진 모든 것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패배했다.
-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와 당신들> 중
이곳에서 아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저지르는 끔찍한 잘못은 대부분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날수록 실수는 더 커지고 결과는 더 끔찍해지며 자존심에 더 엄청난 금이 가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와 당신들>, p. 31
"그만해! 너는 여기서 탈출할 거야. 왜 그런 줄 알아? 네가 포기하건 안 하건 여기 이 아이들은 네가 하던 대로 할 테니까. 그러니까 연습해! 네가 NHL 선수로 뛰고 인터뷰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중계되면 여기 출신이라고 얘기할 수 있잖아. 할로 출신이고 네 인생을 허송세월하지 않았다고. 그러면 이 동네 아이들은 전부 네 얘기를 들을 거야. 그러면 내가 아니라 너처럼 되고 싶어할 거야." (중략) "너랑 같이 달릴게. 그래야 네가 정신을 차릴 수 있다면 여기 있는 미친놈들이 전부 여름 내내 너랑 같이 달릴 거야."(중략) 그에게는 팀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그의 동지가 되어 주었다.
-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와 당신들>, p.172
부모의 품을 절대 벗어나지 못한 채 그들의 나침반을 따라가고 그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도 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도로 변하지만 바위로 변하는 사람들도 있다. 파도는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바위는 꼼짝 않고 견디며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와 당신들>, p.265
어쩌면 나중에 그는 남들과 다른 그 느낌을 표현할 만한 단어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게 얼마나 몸으로 느껴지는지를 말이다. 겉도는 것은 뼛속까지 소진되는 느낌이다. 남들과 같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다수는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와 당신들>, p.407
물어보지 못한 게 너무 많다. 죽음이라는 게 그런 식이다. 전화 통화와도 같아서 항상 끊으면 바로 그 순간 하지 못한 말이 정확하게 떠오른다. 이제 저편에는 추억으로 가득한 자동 응답기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져가는 목소리의 파편들뿐이다.
-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와 당신들>, p.516
서로 미워하도록 부추기는 건 워낙 쉽다. 그래서 사랑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증오가 워낙 간단하기 때문에 항상 이길 수밖에 없다. 불공평한 싸움이다.
- 프레드릭 배크만, <우리와 당신들>, p.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