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투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다.
30대 후반 맞벌이 부부의 조촐한 첫 시도였다.
두 아이가 태어나며 4인 가족을 이루고 나니
먼 훗날의 노후 대비까지 생각이 이어진 결과였다.
4년 동안 부지런히 모은 종잣돈 5천만원과 대출 1억 2천만원으로 7년 전, 첫 투자를 시도했다.
부동산도 투자도 문외환이었던 우리는
생전 처음 임대인이 되어본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고 즐거웠다.
임대인으로 지내본 경험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임차인이 기분 좋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
계약서와 달리 들쭉날쭉, 하루이틀 월세가 늦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임대인 책임이 아닌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정중한 연락 한 두 번이면 해결되었다.
고장이나 불편한 점에 대한 요구는 무리가 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 들어주었다.
박하게 대하지 않고, 약간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모든게 편해진다.
임차인이 기분 좋게 살다가 나가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2. 임대운영은 해볼 만한 일
거리가 멀어서 관리하기 힘들까봐, 힘든(?) 임차인을 만나게 될까봐 등등
이런 우려들은 사실상 무의미한 걱정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비용을 써서 해결할 사람을 보내주면 된다.
불편함을 공감해 주고 빨리 대처해 주면 문제가 생길 것이 없다.
소득이나 세금의 신고 납부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얼마든지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 모든 일들은 어쨌든 이 일을 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는 경험이었다.
회사 밖에서 뭔가를 해본다는 그 자체가 배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 투자에는 결정적인 맹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출에 따른 원리금 상환과 시세의 하락이었다.
5,000만원의 종잣돈에 약 1억 2천만원의 대출을 일으켰는데
상환기간 20년, 연 4% 금리일 때 매월 72만 7천원의 원리금이 발생한다.
매월 받는 월세는 80만원이므로 원리금을 갚고 나면 7만 3천원이 남는다.
부동산 및 법무사 수수료, 취득세, 재산세 등을 생각하면 마이너스인 셈이다.
심지어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도 내야 했다.
사진: Unsplash의Tierra Mallorca
게다가 오피스텔을 살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데..
당시 9,000만원 정도 하던 매매 시세가
2년도 안되어 8,000만원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시세가 더 떨어지지는 않았는데
당시에는 자산이 그만큼 줄어든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고민 끝에 우리는 오피스텔 2채를 모두 팔기로 결정했고
우여곡절 끝에 매도를 하였을 때 보유기간은 각각 28개월, 42개월이었다.
그동안 총 2,700만원의 월세 수익을 얻었지만
양도차손 2,300만원과 취득세 및 수수료 900만원, 금융비용 1,200만원 등
총 4,400만원의 손실이 있었기에
최종적으로는 1,700만원의 손해를 본 것이 되었다.
(이 밖에도 앞으로 더 많은, 더 다양한 투자 손해가 있는게 문제입니다.)
이 투자는 실패일까?
먼저, 당연히 실패한 투자이다.
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3,300만원이 남은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가 된 이유는 우리의 선택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장기 보유를 통해 지속적인 임대수익을 얻기를 택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임대수익이 쌓였을 것이고
어차피 장기보유를 할 거라면 매매 시세의 하락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므로
지속적으로 연 5.7%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자산이 되었을 수도 있다.
굳이 매도하여 현금화하겠다는 결정이
이 투자를 실패로 만들었던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1) 약간의 시세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익률 높은 자산을 보유할 것인지,
2)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시세 방어를 기대할 것인지,
3) 월세는 낮거나 없더라도 시세 상승을 기대할지 말이다.
사진: Unsplash의Rob Wicks
그럼 우리는 실패한 것일까?
그 돈으로 다른 투자를 할 걸.. 하면서 후회하기보다는
비싼 댓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분명히 배웠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투자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오피스텔을 사서 운영하고 팔게 된 이 시간은
회사 밖에서 무언가를 처음으로 해본 소중한 경험이다.
부동산도 투자도 문외환이던 직장인의 투자는 처음부터 길을 잃었지만
어쨌든 회사 밖으로 한 발 나온 것만은 확실하지 않은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