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일 50만원씩 빚이 쌓인다

집 짓기가 불러온 과도한 대출의 고통

by 제미쓴 일단 해봐

작은 종잣돈에도 불구하고

집을 짓기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으면

과거와 똑같은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절실한 마음 때문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15년을 일해왔지만

한 번쯤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었다.

투자 경험도 부족하고

돈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하지만

과거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용기를 내야 했다.




집을 짓기 위해

극단적인 레버리지를 활용했다.

무슨 용기였는지..


건축 기간 동안에는 아주 큰 대출을 일으키고

최종적으로는

집을 짓는데 필요한 총건축비를

종잣돈과 완공 이후의 담보대출,

임대 호실들의 보증금,

추가적인 신용대출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daniel-mccullough-HtBlQdxfG9k-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Daniel McCullough


계획대로만 된다면야

월세를 받아 이자를 내면서도 월 수익이 발생하고

건물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는 빠르게 식었고

러-우 전쟁으로 시작된 세계적인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짓기 프로젝트는

극단적인 레버리지를 일으켰기에 대출 금리에 매우 취약했는데

시공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에

역사적인 고금리 시기를 온몸으로 맞았다.


처음 예상했던 설계 및 시공기간은

약 10개월, 금리는 4% 정도였는데


실제 우리가 소요한 프로젝트 기간은

17개월, 금리는 7.5%였다.


charlesdeluvio-OWkXt1ikC5g-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charlesdeluvio


처음에 비해 4배 가깝게 늘어난 것이었다.

수천만원 정도로 예상했던 금융비용이

1억원을 쉽게 넘어섰다.


게다가 생각지 못했던 비용들이 계속 추가되었고

설계, 건축심의, 인허가, 착공신고,

심지어 준공까지 대부분의 행정절차가

예상 기간을 뛰어넘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전세사기 이슈였다.


alistair-macrobert-uD1ssHzZSNE-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Alistair MacRobert


전세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서

누구도 원룸, 빌라에

조금이라도 큰 보증금을 맡기려고 하지 않았다.


겨우 준공을 마무리지었지만

전세 수요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월세 임차인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보증금 총액이 작아지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공사에서는

공사대금을 재촉하는 전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같이 걸려왔다.




이자가 가장 큰 달에는

한 달에 1,400만원 넘는 이자가 발생했다.

하루에 숨만 쉬어도 50만원 가까이 나가는 셈이었다.


그 많은 돈을 어쩌지 못하고

대출 원금에 추가하여 포함시켰다.

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점점 두려웠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일까?


나는 열심히 사업계획을 세우고 숫자를 계산했지만

1억, 아니 몇 천만원만 계산이 빗나가도

월급쟁이인 내가 감당하기에 숨이 차올랐다.

하루 이틀 월급을 아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통제되고 있다고 믿었던 나의 상황은

돌아보니 착각이었다.


점점 나도 모르게

집을 짓기로 결정한 과거의 시간을 후회하고 있었다.

keyword
이전 17화투자하다 말고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