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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Dec 02. 2022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 속담이 내 경험이 되었다. 

우리나라 속담에는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가까이 사는 남이 어려울 때 도와 주는 일이 잦기 때문에 멀리 사는 친척보다 때로는 더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속담을 아이를 낳고 실감하고 경험했다. 


결혼을 하고 연고가 없는 지역에 와서 두 아이를 낳았다. 

친정과 고향은 차로 편도 3시간 거리, 내 친구들은 주로 대중교통으로 적어도 1시간 이상인 거리에 산다. 시댁이 가깝긴 하나, 시댁은 시댁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내게 '이웃'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 같다. 가족, 학교 친구, 교회 사람들이 내 주변을 이루는 사람들이었지, 마을? 이웃? 옆집? 이런 개념은 내가 아는 지인들 개념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방 소도시에 살았던 나는 대도시 여자는 아니었지만, 소도시 여자로 아파트에 살았고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교류나 유대는 경험해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주변에 아는 사람은 없고, 집에 말 못하는 아이와 단 둘이 하루종일 보내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내게는 인사라도 주고받을 만한 '동네사람', '이웃'이 필요해졌다. 엄마들이 쉽게 이웃을 사귈 수 있는 공간은 놀이터이다.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중심으로 한 스몰토크 정도는 해볼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처음엔 너무 쉽지 않았다. 


나의 아이들은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고, 하원 후 놀이터에는 같은 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엄마들끼리 잘 아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들끼리는 잘 아는 사이니 아이들이 서로 반가워하며 인사하면, 엄마들도 어색하게 '안녕하세요' 정도는 건넬만 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놀이터에서 보는 횟수가 잦아지면, 엄마들끼리도 약간의 친밀도가 쌓이고, 아이들 데리고 같이 편의점도 가고 간식도 나누어 먹고 그런 사이가 된다. 


그렇게 내게도 친해진 엄마가 2명이 있었다. 어린이집 방학이면 서로의 집을 오가며 공동육아도 하고, 하원 후에 같이 저녁을 먹기도 하고, 아이들 어린이집 땡땡이 치고 함께 애버랜드도 놀러다녀오기도 했다. 이렇게 친해지다보니, 한 번씩 급한일이 생길때는 서로 하원을 부탁하기도 하고, 등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코로나 때에는 약이나 반찬, 간식거리를 문고리에 걸어주기도 했다. 이런 도움을 주고 받는 일이 생기다 보니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는 말이 점차 실감이 났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 가족이라도 멀리 있으면 작은 도움 하나도 주고받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 데리고 카페가서 함께 차를 마시는 그런 소소한 일도 멀리 있으면 할 수가 없었다. 가까이 사는 이웃과 일상을 공유하고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부쩍 진리처럼 느껴진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많아지고 늘어나서 마을정도의 규모가 된다면, 우리의 육아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을 다들 많이 만들면서 육아하는 수고도 덜고 함께하는 기쁨도 배가 되는 경험을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들이 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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