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 8월 Flowers

8월 Flowers_여뀌/참시호/보리사초/루드베키아

by 문혜정 maya



'일년, 열두달 흔들리는 꽃'은 매월,

하나의 에세이와 그 달에 어울리는 꽃과 사진을 정리한 이야기, 총 2개의 글을 발행합니다.








8월_August Flowers

여뀌/참시호/보리사초/루드베키아 & Flowers













8월의 꽃들로 소개하려고 뽑아 놓은 아이들을 보니 '꽃'이 아니라 '소재'로 많이 소개하는 것들이다.

8월의 화단은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풀투성이에 점령당하다시피 뒤덮이기 마련이다. 말그대로 '점령'이다. 빨갛고 노랗고 한 꽃들은 어느새 사라지거나 아주 작은 꽃들만이 피어나고 그 마저도 비율로 보자면 초록이 8, 나머지가 2쯤 된다. 그렇지만 지루하진 않다. 꽃이라기 보다 '소재'로 불리우는 아이들도 제 철에는 꽤 다양하게 펼쳐지니까.



여뀌는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소재다. 주로 핑크, 혹은 핫핑크의 화려한 컬러를 가지고 있는데 줄기는 아주 가늘고 여리여리하다. 강아지풀의 컬러버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강아지풀보다는 줄기가 유연한 곡선을 하고 있어서 무엇을 만들어도 그럴싸한 선이 되어 준다. 야생화에 해당하는 여뀌가 나오는 시즌은 아주 짧기 때문에 자주 꽃시장에 가는 편이 아니라면 만났을 때 집에 들여오는 것이 좋다. 다음번 만나는 건 다음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은 '여뀌'라는 이름이 흔하게 불리우지만 예전 꽃시장에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땐 '엽기'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들리는대로 받아적다보니 '뀌'가 꽃이름일리 없단 생각에 아는 단어로 이해한 건 아닐까 싶다. 영수증에 적힌 '엽기'라는 단어를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엽기라는 엽기적인 이름의 꽃이라니.이렇게 적어준 사람도 정말 이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 적었을 것이다.

여뀌의 핑크는 보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자연에서온 것 같지 않은 색이다. 여뀌 중에서도 개여뀌가 이런 핫핑크를 띄는 것 같다. 천연염료로 유명한 쪽이 여뀌와 형제사이인 식물이라던데 이 집안 식물들은 모두 색이 명확한 것 같다.







참시호도 시즌이 짧은 여름 소재이다. 여리 여리 가느다란 잔가지가 잔뜩 뻗어 있고 그 끝마다 아주 작은 꽃들이 우산살처럼 펼쳐져 있다. 언뜻보면 레이스플라워(암미초)나 방풍나무, 썸바디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가지는 그들보다 훨씬 가늘고 조금 더 딴딴하다. 학명을 살펴보면 Bupleurum falcatum L이라고 써있다. 어디서 많이 보았다...했더니 버플리움과 친척사이인 것 같다. 참시호가 좀 더 꽃 같고 버플리움(부풀륨, 버플륨이라고도 부름)은 좀 더 여리여리한 나무처럼 생겼다. 꽃시장에 버플리움이 나오는 시기가 조금 더 빠르기 때문에 겹치지는 않는 편이다.





나는 가늘고 섬세한 참시호의 가지와 선이 잘 보이도록 작은 이파리들은 제거하고 꽃꽂이나 꽃다발을 만드는 편이다. 종종 수업시간에 '이 꽃은 어떻게 다듬어야 하나요?' '잎은 다 떼야 하나요? 얼마나 남겨두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나의 답은 '원하는 대로 하세요.'이다. 그 잎이 붙어 있는 것이 더 예쁘다면 그대로 두고, 떼어내는 것이 더 예쁘다면 떼어내는 것이 답이다. '언제나', '항상', '반드시'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도 변하고, 그에 따라 법과 도덕, 옳다고 판단되는 진리도 달라지는데 꽃을 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규칙이 있을리 없다. 꽃의 세계에서 언제나 정답인 것은 '예쁨' 뿐이다. 예뻐 보이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정답이 될 수 있다.





보리사초도 이 시즌에 흔히 볼 수 있는 소재 중 하나다. 위에 소개한 여뀌나 참시호 보다는 시즌이 길기 때문에 너무 다급히 구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초여름의 보라사초와 한 여름, 늦 여름의 보리사초는 때깔이 좀 다르다. 이른 계절의 식물들은 어린이, 청소년처럼 연약하고 색도 노란빛이 섞인 연두색이지만 제철, 특히 햇빛을 충분히 받고 거친 기후 속에 살아난 식물들은 조금 더 어두운 초록색을 띈다. 줄기도 좀 더 튼튼해지고 크기도 좀 더 커진다. 어떨땐 아주 튼튼하고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것들보다 연약하고 여리여리한 선과 소재가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에 그때 그때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리사초는 이름처럼 보리의 축소판처럼 생겼는데 '유니폴라'라고도 불린다. 납작한 것은 납작보리사초, 조금 통통하게 생긴 건 동글이 보리사초라고 분류하여 부르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주로 보이는 건 납작 보리사초다. 아주 가느다란 줄기 끝에 달린 이삭들이 살랑거리는 바람을 따라 달랑달랑, 하늘하늘 흔들리는 것이 율동감을 주기 좋다.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로 만들어 들고 다니면 찰랑찰랑 춤을 추는 것 처럼 보인다.





마지막 8월의 꽃으로 소개하려는 것은 '루드베키아'이다. 작은 해바라기, 해바라기를 닮은 꽃이라는 애칭이 있다. 말 그대로 해바라기를 닮았다. 가운데가 크고 둥글고 어둡고, 그 가운데를 뾰족하고 작은 꽃잎들이 둘러싸고 있다. 루드베키아도 해바라기만큼이나 다양한 컬러가 있으나(해바라기도 노랑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흔한 것은 가운데가 까맣고, 꽃잎이 노란색인 것이고 자줏, 또는 주황빛의 꽃잎을 가진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루드베키아는 진물까지는 아니지만 줄기끝을 잘라 물에 담그면 금방 물을 뿌옇게 만드는 액체를 흘리는 꽃인데 이렇게 물을 탁하게 만드는 꽃들은 다른 꽃들과 함께 꽃아두면 다른 꽃을 시들게 한다고 한다. 수선화도 그런 꽃들 중 하나이다. 그럼 다른 꽃과 함께 어우러지게 꽂아두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면 원하는 길이로 잘라 미리 다른 물통에 넣어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하지만 꽃을 만들다 보면 원하는 길이로 미리 잘라 놓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걸 짧게 쓸지 길게 쓸지는 써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드베키아를 쓸 때는 물을 다른 꽃들을 쓸 때보다 더 자주 갈아주는 것을 권한다.









더위와 습기가 기승인 여름의 꽃들은 수명이 그 어떤때보다 짧다. 이럴 때 조금이라도 길게, 싱싱하게 꽃을 보는 방법은 일단 집에서 가장 서늘한 곳(에어컨을 직방으로 쏘이는 곳은 안됨), 직사광선이 비추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고 더 확실한 방법은 깨끗한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이다. 물을 갈아줄 때 화병을 깨끗이 닦아주는 것과 줄기 끝를 조금씩 잘라서 물러지지 않게 해주는 것도 추천한다.

귀찮지만, 살아있는 것들에게 그 정도의 정성은 들여주는 게 예의일 것이다.









Flower 1.


여름의 화려함을 담고싶었다. 자연스럽게.

주말농장에서 데려온 벌레먹은 잎사귀가 달린 까마중과 풍선초 줄기에, 여뀌, 삼백초, 석죽 같이 컬러는 화려하지만 야생화의 수수함이 느껴지는 꽃들을 함께 썼다. '화려하지만 수수하게'라는 모순적인 말도 꽃에는 통한다. 높고 낮은 전체적인 밸런스를 고려하며 만들었다. 국그릇에 침봉 꽂이로 완성했다.





Flower 2.


국그릇도 좋아하는 화기 중 하나지만 더 좋아하는 건 밥공기다. 아주 작은 밥 공기는 더 작은 침봉을 넣어서 어레인지를 한다. 화기가 작으면 당연히 들어가는 꽃의 양도 적어지는데, 한 두송이만 꽂은 밥공기를 하나만 두어도 좋고, 여러 개를 만들어 자유롭게 배치해 놓아도 좋다. 밥그릇의 종류도 다 다르게, 그 안에 꽂는 꽃도 다 조금씩 다르게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단, 소재를 조금씩 겹치게 사용하여 같이 두었을때 모두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세트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 이가 나가거나 금이가서 사용하진 않지만 버리기 아까운 밥공기가 있다면 여기에 딱 좋은 화기가 된다.






Flower 3.


화려함의 극치.

여름은 이렇데 다양한 꽃을, 이렇게 화려하게 컬러로 다 넣을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크고 작은 꽃들, 그리고 꽃이 지고난 뒤 열매나 씨앗을 품은 소재들을 믹스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적절히 그룹핑을 하여 꽃을 잡으면 많은 컬러를 사용해도 어지럽지 않게 조절할 수 있다. 그룹핑을 하면서도 뭉쳐져 보이지 않게 하는 건 높낮이의 조절로 해결한다. 꽃의 얼굴이 하나 하나 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부케가 된다.





Flower 4.


여러가지 종류의 꽃을 섞어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종류만 써도 심심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다른 꽃과 함께 쓰면 다른 꽃을 시들게 할 수도 있는 루드베키아 한 종류만 써서 만들었다. 다이소에서 5천원에 산 이 빨간 주전자는 컬러가 강렬해서 안에 꽂는 꽃과 컬러의 대비를 주면 아주 심플한 디자인도 지루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어 좋아한다. 한가지 종류의 꽃만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꽃이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져 보이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다.





Flower 5.


통조림 꽁치로 김치찌개를 만들고나서 분리수거를 하다가 갑자기 이 통이 예뻐보였다. 빨간 캠벨스프 캔은 사람들이 예쁘다고 모으거나 캔이 그려진 그림을 사기도 하는데 이 파란 꽁치캔이 그보다 못할 건 또 뭔가 싶었다. 내가 한글을 읽을 줄 몰랐다면 이 캔을 캠벨스프 캔처럼 예쁘다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꽃을 꽂았다. 캔이 파란색이니 노란 꽃들을 꽂으면 프레시한 느낌이 살 것 같았다. 깨끗하게 씻은 통조림캔에 참시호, 루드베키아, 노란 마가렛, 화이트베리, 스프레이 로즈를 꽂아 완성했다. 이걸 만들기 위해 꽃을 따로 준비했다기 보다 꽃을 다듬다가 나온 짧은 꽃가지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노란 꽃들만 따로 사용했다. 높이가 낮고 입구가 넓지 않은 화기는 이런 자잘한 꽃들을 꽃아놓기가 좋다.

처음 여기에 꽃을 꽂을 거라고 남편님에게 버리지 말라고 했을 땐 조금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오히려 그런 '의심'의 눈길을 '우와'로 바꾸는 과정에 더 신이났다. Why not? 이건 꽃인데. 어디에 있어도 아름다울 게 틀림 없다.









매월 첫번째 월요일에는 그 달의 에세이를 써서 발행합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그 달에 어울리는 꽃, 직접 만든 꽃,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여 발행합니다.

저의 글과 꽃과 사진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보기]

Prologue_꽃도 흔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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