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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Mar 26. 2021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

2021년을 맞이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시국을 그래도 그럭저럭 잘 견뎌내고 있다. 적응하기 힘들었던 마스크 착용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가끔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는 사람을 지나치기라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놀란 토끼눈이 되어 쳐다보게 된다. 마스크 없이 살 수 없는, 비일상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간밤에 재미있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가족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꿈이란 것이 원래 꿈속에서는 앞뒤 정황을 모두 인지하지만 꿈에서 깨어 기억나는 조각을 맞춰볼라치면 판타지도 그런 판타지가 없다. 


어쨌든 나와 우리 가족은 샌프란시스코에서나 볼 법한 전동차 같은 걸 타고 번화한 도시 한복판을 지나고 있었다. 도시는 활기차 보였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파티가 있는지 결혼식이 있는지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건물과 거리에 가득했다. 다들 들뜨고 즐거워 보였다. 


화려한 불빛과 멋진 건물을 지나치며 들뜬 기분으로 사람들을 지켜보던 나는 순간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저 사람들 왜 마스크를 안 썼지?"


이 말을 뱉은 꿈속의 나는 꽤나 진지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였고, 저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걱정이 앞섰다. 


버스는 도심 한복판의 도로를 계속 달렸고, 나의 걱정에는 아랑곳없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표정은 밝았고, 나는 불안했다.


아침에 일어나 꿈을 기억해내고 피식 웃었다. 꿈속에서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불안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지난 2020년 봄, 전 세계는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마스크 때문에 모든 가계에 새로운 지출 항목이 생겼다.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은 약국 앞에 줄을 섰다. 공적 마스크라는 단어가 생겼고, 그마저도 신분증 확인을 거쳐 정해진 수량만큼 구입할 수 있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탈 때면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경고 문구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야 했다. 


마스크 착용이 익숙하지 않았던 초반에는 외출할 때 대문 앞까지 나섰다가 뭔가 잊어버린 것 같아 집으로 다시 들어가 마스크를 쓰고 나오기도 했다. 


노이로제가 걸릴 만큼 마스크에 예민해졌더니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꿈에서 조차 이젠 마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기 찾아보기 힘들었던 1년이란 시간 탓에 꿈에서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낯설 지경이라니. 몹시 씁쓸했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게 될까?'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궁금증이 아닐까 한다. 그런 날이 오긴 오는 걸까 싶다. 


꿈에서라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니 잠시나마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게 될 날이 언제가 될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


꿈속에서 보았던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과 미소는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꿈이 아닌 현실에서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는 모습을 곧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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