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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Sep 20. 2024

오랜만이야, 나의 브런치!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작가가 된 건 2020년 10월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작가 신청을 통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두 번의 낙방으로 좌절하던 중에 스테르담 작가님의 '브런치 작가 되기' 강의가 있다는 걸 알고 신청했었다. 브런치에서 꾸준한 글쓰기로 개인저서도 여러 권 출간하신 작가님은 브런치 작가로 입문하고자 하는 수강생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강의해 주셨다. 작가님의 열정적인 강의를 듣고 글을 다듬은 후에야 브런치로부터 작가 승인 이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스테르담 작가님과 함께 글쓰기 강의도 하고, 선하고 강한 영향력을 나누는(스테르담 작가님의 모토) 글쓰기 메이트로서 여러 가지 활동도 함께 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글쓰기를 중단하고 다른 일에 올인하며 서울에서 창원으로 이사도 하고, 꽤 오랜 시간 브런치에는 로그인 조차 하지 않았다. 마지막 발행 글이 2021년 9월 24일이니,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나있었다.


한동안 책도 거의 읽지 않았고, 글쓰기는 더더욱 멀리했다. 일부러 그랬다기보다 내 앞에 놓인 숙제들이 많아 읽고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들여다보기 싫어 유튜브 속 세상의 단순한 웃음거리에 마음을 둔 날들이 많았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흐르고, 흐르는 시간에 마음을 맡기다 보면 또 하나둘씩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버렸다.


얼마 전 불현듯 브런치의 안부가 궁금했다. 잊고 지내는 듯했지만 실은 들여다볼 용기가 없어서 미루었던 나의 브런치가 궁금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브런치는 너무나 잘 지내는 듯했다. 많은 작가님들의 다채로운 글들이 화면 가득 채워져 생동감이 넘쳤다.


발행 못한 채 저장해 둔 글들은 먼지도 앉지 않은 채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정리되지 않은 글들이 안쓰럽고 괜스레 애틋하게 느껴졌다.


'아, 나는 멈춰 있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생기가 넘치는구나.'


오랜만에 고향에 온 것처럼 여기저기 둘러보게 되었다. 눈에 띄는 변화도 있어 신기했다.


'브런치'가 '브런치스토리'가 되었고, 다 쓴 글을 예약 발행도 하고, 브런치북을 연재도 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작가의 창작을 후원하는 '응원하기' 기능이 생긴 것이었다. 유튜버 크리에이터가 조회수로 수입을 창출하듯이 브런치스토리 작가도 후원을 받을 수 있는 크리에이터로 인정해 준다는 것에 살짝 감동받기도 했다.


주재원으로 멕시코에 가 계신 스테르담 작가님은 그곳에서도 꾸준히 글을 쓰고 계셨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졌던 건 아마도 내가 놓아버렸던 시간을 누군가는 빼곡히 채워주고 있었다는 안도였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글을 써야겠어.'


이런 다짐을 하며 나에게 있어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란 나와의 대화였다. 때 묻은 거울에 입김을 '호오' 불어 슥슥 닦아 내듯 하루를 살아내며 내가 또는 다른 이로 인해 얻게 된 마음의 때를 글쓰기로 위로하고 이해하고 털어냈었다. 글감을 떠올리고 글을 쓰는 시간 동안 내 마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나를 살폈다. 그래서 나와 더 가까워졌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이 가장 본질적인 나의 글쓰기였다.


파랑새를 찾아 떠났던 틸틸과 미틸이 수많은 모험을 하며 파랑새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자신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파랑새를 집 앞에서 찾게 된다.


오래 떠나 있었지만 여전히 작가로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스토리'가 있어서 다행이다. 다시 내 마음과 가까워질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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