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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Oct 17. 2024

읽고 쓰는 삶을 위하여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빨리 읽고 쓰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어느 인터뷰에서 읽었던 문장이다.


세계 3대 문학상(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 중의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 소식이 전해지며 한강 작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나 역시 그때 처음으로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어 보게 되었다. 소설을 읽고 나서 꽤 오랫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너무 깊이 들여다본 것 같은 죄책감과 가장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가족들에게 마저 이해받지 못하는 영혜의 삶에 내 몸 어딘가가 깊게 베인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작가가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 궁금함에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보게 되었다. 나는 날카롭고 예민한 모습의 작가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한강 작가는 느리고 차분한 말투와 수수한 모습이었다. 내 예상과는 완전히 반대인 모습에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작가의 내면이 더 궁금해졌다.


많은 인터뷰 기사를 읽었지만 지금도 내 가슴에 남아 있는 문장은 이것이다.


"빨리 읽고 쓰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맨부커상 수상 이후 수많은 방송, 잡지, 신문 등에서 작가를 찾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설계와 문학계에서 큰 영광이고 좋은 소식이기에 많은 축하가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강 작가는 자기의 자리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내게는 이 문장이 쿵하고 가슴에 새겨졌다.  


읽고 쓰는 삶


쓰고 읽는 삶이 아니라, 읽고 쓰는 삶이었다. 작가란 읽고 쓰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이 한강 작가였다.




2024년 노벨문학상이 한강 작가에게 영예가 돌아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모두가 놀랐다. 신문과 뉴스에서 일제히 속보로 다루며 축하 분위기가 연일 이어졌고, 작가에게는 또다시 '최초'의 수식어가 생겼다.


대한민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시아 최초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


2016년 맨부커상 수상 때보다 더 뜨거운 축하가 이어지고,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어마어마한 도서 주문이 서점가에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고향 광주에서는 작가의 이름으로 문학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각종 매체에서도 작가의 작품과 행보에 대한 기사를 매일 내보내고 있다. 수상자 한강 작가를 제외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한강 작가는 성대한 수상 기념 기자회견도 고사하고, 수상작 발표 이후 드문 불출 하며 어느 때보다 더 조용한 듯하다.


나는 이 모든 것이 한강 작가 답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떠들썩하게 떠들어대도 정작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읽고 쓰는 삶'의 그저 한 부분인 것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멋지다.


《채식주의자》 이후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지 못했다. 그때의 몸살이 너무 컸던지라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읽고 쓰는 삶'을 위해 다시 용기 내어 도전하려 한다. 주문한 도서가 도착하려면 아직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한강 작가와 우리 모두의 읽고 쓰는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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