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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Nov 12. 2020

나의 하루가 나의 연인이라면

내일 아침에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한 번, 하루를 다 보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 번.

이렇게 하루에 두 번 감사기도를 꾸준히 올린 적이 있었다. 


아침에는 새 날을 시작하게 해 주심에 감사기도를 올렸고, 잠들기 전에는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에 그리고 편안한 잠자리가 있는 것에 감사기도를 올렸다. 


눈이 떠져서 눈을 뜨고 졸리니까 잠이 드는 수동적인 일상이 아닌 감사기도를 통해 내가 주체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눈을 떠 감사기도를 올리던 어떤 날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오늘은 정말 새 날이구나. 내 삶에서 다시 오지 않을 유일한 날이구나. 어제도 없어고 내일도 없는 오직 단 하루뿐인 날이구나!’


뭔가 성스럽고 고귀한 시간을 마주한 것 같았다. 평범한 그저 그런 날이었음에도 뭔가 특별한 날을 맞이한 것만 같았다. 내게 주어진 하루가 정말 감사했고, 마치 새 생명을 얻은 것만 같았다. 특별하진 않았지만 특별한 날이었다.


잠들기 전 감사기도를 하던 어떤 날은 갑자기 울컥했다. 

 왜냐하면 나의 하루와 작별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하루를 사랑했다. 매 순간 인지하지는 못했어도 나의 시간을 온전히 사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잠들어야 하는 작별의 시간이 너무 아쉽게 느껴져서 눈물을 흘렀다.


하루 두 번 감사의 기도로 무겁고 어두웠던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밝아졌던 것을 그때 깊이 경험했다. 한 동안 나의 감사기도는 꾸준히 이어졌다.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하루가 나의 연인이라면 어떨까?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했지만 나의 하루는 내 앞에 현실로 다가오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좋은 일도 있을 수도 있고 기분 망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연인에게 예상 못한 선물을 받고 행복해하기도 하고, 설렘 가득 안고 나간 데이트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연인과 다툴 때도 있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나의 하루도 그런 것 같다.


아침에는 기분 좋게 감사기도로 시작했지만 바쁜 출근길에 서너 걸음 차이로 지하철을 놓치거나 업무와 여러 관계에서 갑자기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기면 하루를 다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분명 아침에는 감사의 축복으로 충만한 하루를 맞이했고 나의 기도가 나의 하루를 꽃길로 인도할 것만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의 하루도 나와 밀당을 하는 것일까?


마치 짝사랑 같기도 한 나의 연인 나의 하루가 내게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토라져버려 내 기분을 무겁게 한다고 해도 나는 나의 하루를 사랑하고 아낀다.


나의 하루가 나의 연인이라면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만나고 싶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는 없지만 시작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웃으며 만나고 싶다. 


그렇게 내게 주어진 평범한 나의 하루를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기로 한다.

마치 사랑하는 나의 연인을 만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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