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지기 마야 Dec 06. 2020

인생 선배가 건네는 따뜻한 캔커피 같은 위로

스테르담 작가의 브런치북 『안 괜찮아도 괜찮아』

오늘 하루를 보내며 내가 마주한 나의 감정은 몇 가지나 되었는지 헤아려 본다.


설렘, 불안, 긴장, 안도, 슬픔, 짜증, 기쁨, 화, 외로움, 후회, 실망, 우울, 행복, 두려움, 걱정 등등


우리가 느끼는 수많은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매 순간 오르락내리락거린다. 그런 감정들 중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더 많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란다.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니 더 무거운 감정이 나를 짓누른다.


부정적인 감정은 정말 좋지 않은 것일까?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안 좋은 감정은 피하는 게 좋을까?

스스로를 무겁고 우울하게 만드는 감정과 마주했을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축 저진 어깨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 후배에게 인생 선배가 말없이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건넨다. 스테르담 작가의 브런치 북 『안 괜찮아도 괜찮아』가 그것과 꼭 닮았다.


스테르담 작가는 자신의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살아가다 보면 맞이하는 무수한 감정들이 있습니다. 그 감정들은 소중합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막무가내로 휘발됩니다. 잡고 싶었습니다. 그 감정들 속엔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것들이 숨어있고, 무엇을 내게 말하려는 것인지. 짧지만 깊은 의미를 담았고, 깊지만 드넓은 마음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화가 나고 슬프고 짜증이 나고 분노가 일어날 때 그 감정을 일으키는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우리는 배운 적이 없다. 어린 시절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을 때 "괜찮아."라는 이해보다 "넌 도대체 왜 그러니?"라는 짜증 섞인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가 더 많았다. 부정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상처를 입었지만 그들과 똑같은 어른이 되었다. 그렇게 죄책감은 쌓여갔고 그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기로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한 사람은 자신을 점점 잃어간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은 모두 나의 것이다. 감정을 분별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스테르담 작가는 안 괜찮은 감정들도 괜찮은 거라고 말한다. 외로워해도, 걱정해도, 자괴감이 들어도 괜찮다고 한다. 표면에 드러나는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진심이 숨어 있다.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봐 달라는 진심이 보내는 신호이다.


안 괜찮은 감정이 느껴질 때 잠시 멈추고 그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왜 이런 감정이 찾아왔을까?

나의 내면은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거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채 가만히 기다려본다. 그때 내면에서 조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눈덩이처럼 커다랗게만 느껴지던 무겁고 어두운 감정이 햇살을 받은 눈처럼 스르륵 녹아내린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며 인생 선배가 건네는 따뜻한 캔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 쥔다. 두 손에 전해지는 온기는 따스한 햇살처럼 무거운 마음을 녹여준다. 그리고 캔커피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그래, 안 괜찮아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축 처진 어깨에 힘을 불어넣는다.



브런치북 『안 괜찮아도 괜찮아』


<브런치 라디오> 시즌 2 당선 작품

작가의 이전글 너와의 아홉 번째 크리스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