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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Dec 13. 2020

흔들리니까 중년이다

중년의 임무란 흔들리면서도 나아가는 것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은 적이 있다. 저자는 불안한 미래와 외로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20대 젊은이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청춘이 아니어도 불안한 미래와 외로움은 어느 나이에나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춘기 시절에도 진로와 입시 준비, 친구들과의 관계로 힘들고 외로웠다. 20대를 지나 30대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30대 나름대로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이라는 타이틀은 고단한 삶에서 위로와 위안을 얻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중년으로 접어든 40대가 되자 젊은 시절 느꼈던 불안과 외로움은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크고 무겁게 다가왔다.


2, 30대는 젊음을 무기로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 무모한 도전이 설령 실패로 끝나더라도 금방 일어설 힘이 있었다. 하지만 40대는 다르다. 어느 누구도 나를 젊은이로 봐주지 않는다. 도전하고 싶어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 앞섰고 몸을 사릴 방법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세상이 나를 중년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든 나는 젊은이의 때를 온전히 벗지 못해 여전히 흔들린다.  




중년(中年)은 말 그대로 청년과 노년의 가운데 있다는 뜻이다. 지나온 젊은 시절을 바탕으로 다가올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중년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젊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아쉬움과 노년을 받아들여야 하는 서글픔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다. 이런 중년에게는 중심(中心)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마치 공중에 매달린 외줄을 걷고 있는 곡예사처럼 그저 앞을 보며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 줄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곡예사는 줄의 흔들림을 느끼며 덜어내거나 더하며 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앞을 향해 한 걸음씩 떼어낸다. 


나는 지금까지 중심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곡예사와 줄이 함께 흔들리며 균형을 맞추듯이 흔들리는 것이 중심임을 깨닫게 되었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고개는 앞을 향해야 한다. 지나온 젊은 날이 후회가 된다고 뒤돌아 보았다간 중심을 잃고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다. 다가올 노년을 미리 두려워해서도 안된다. 두려움에 나아가지 못하고 제 자리에 멈춰 있다면 외줄 타기 곡예사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중심을 잡으며 앞으로 묵묵히 나아가는 것, 그것이 중년에게 주어진 임무다. 흔들리니까 중년이다. 그러니 중년에 들어선 나는 흔들리며 나아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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