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지기 마야 Feb 25. 2021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것

치유 글쓰기를 위한 준비 단계

치유 글쓰기를 위한 준비 단계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혼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용기를 내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있는 상처와 아픔을 마주 해야 한다. 이것은 잔인하고도 거룩한 시간이다.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이것을 견뎌야만 진정한 치유가 일어난다. 철저히 혼자만의 싸움이고 투쟁이다. 이 과정을 건너뛴다면 진정한 치유와 홀로서기는 불가능하다.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지난 상처를 떠올리며 굳이 글로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만약 당신이 과거의 상처를 떠올렸을 때 당신의 몸과 마음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편안하다면 굳이 치유 글쓰기를 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흩어졌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유가 되었기 때문에 당신은 그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과거의 어떤 사건과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거나 같은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그 상황을 회피한다거나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선택을 한다면 당신의 마음은 자유롭지 못한 것을 뜻한다.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자기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를 살면서 과거를 붙들고 있는 사람에게 완벽한 지금이란 존재하기가 어렵다. 


치유 글쓰기를 하는 목적은 딱 한 가지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형식적인 행복이 아니라 평화롭고 평온한 상태를 삶에서 더 많이 더 오래 누리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과 고요히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족들이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거나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집중하기 어려운 곳은 치유 글쓰기를 하기 위한 좋은 장소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하다.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환경은 피해야 한다.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유 글쓰기를 하기 좋은 시간은 사실 없다. 이른 아침도 좋고, 늦은 밤도 좋다. 자신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시간이면 언제든 상관없다. 맑은 정신으로 홀로 고요히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면 언제든 어디서든 다 괜찮다. 그러한 시간과 장소에서 혼자라면 치유 글쓰기를 할 완벽한 조건을 갖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토록 혼자임을 강조하는 것일까?


우리는 자라면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나 직장 동료 혹은 뉴스나 책 등등 넘쳐나는 정보 속에 살고 있다. 100%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오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내면에는 자신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감시자와 함께 산다. 이 감시자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꿰뚫고 있다. 때로는 나도 모르는 나의 단점까지도 샅샅이 파악하고 있다가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시도를 하려고 하면 불쑥 나타나 급제동을 걸어버린다. 


이 감시자는 우리가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와 실패를 상기시켜준다. 과거의 실수와 실패를 기쁘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끄러움이 밀려오고 두려움이 온몸을 덮친다. 급기야 '내가 뭐라고? 그냥 살던 대로 살자.'라는 자조 섞인 한숨을 뱉어버리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쉽게 포기해 버린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고 스스로 변명거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그것은 부모님의 잔소리 같기도 하고 학창 시절 나를 주눅 들게 했던 어떤 친구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 혹은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나를 두렵게 만드는 그 누군가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 이 감시자는 내가 글을 쓰려고 할 때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솔직해지려는 자신을 무서운 눈초리로 지켜본다. 감시자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는 그 감시자의 뜻대로 인생을 살아오며 그것이 나의 선택으로 믿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감시자는 진짜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의 정보일 뿐이고 내가 붙들고 있는 허구의 감정일 뿐이다. 


치유 글쓰기를 하려면 자신의 진짜 생각과 만나고 대화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소란스러운 환경과 분위기에서는 진짜 나를 마주하기가 어렵다. 많은 사람의 생각과 목소리가 떠돌아다니는 공간에서는 너무 쉽게 내 생각이 그들의 생각과 뒤섞여 여기저기로 흩어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의 확보는 치유 글쓰기를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조건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주의를 기울인 적 없는 진짜 나를 만나러 가기 위한 치유 글쓰기는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다. 무성한 수풀이 하늘을 가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숲 속을 헤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기를 믿어야 한다. 자신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은 자신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밝은 내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믿음을 가진다면 당신은 반드시 치유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삶이 주는 축복을 마음껏 누리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번아웃의 끝 그리고 글쓰기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