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깨우기
까르르르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덩달아 마음이 가벼워진다.
어떠한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와 그 가벼움.
풍선에 서서히 바람이 빠지듯 어느덧 나이가 들면서 한 해 한 해 맑은 웃음을 잃어가고 있었다.
항상 하이톤의 목소리로 에너지를 발사하며 이야기하는 지인, 가끔씩은 부담스럽다. 높은 에너지를 맞받아칠 기력이 없어 금세 지친다.
그러나 피곤함과 동시에 찰나에 느껴지는 그 가벼움들이 부럽기도 했다.
뭐가 나를 이렇게 짓누르고 있을까?
인생의 목표에 도달하고 더 나은 삶의 미래를 위해 세상의 현실과 맞서 싸웠다. IMF로 집안이 기울어진 후 대학교 입학 후에는 부모님께 용돈 한번 달라 말하지 못했다. 오로지 내 인생은 내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살아왔다.
녹록지 않던 가정환경에 홀로 지녀야 했던 무거운 짐들의 무게들이 한 해 두 해 쌓였다. 그리고 나이에 비하여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날카로운 세상의 현실들이 때로는 칼날이 되어 베여왔다.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우면 입 밖으로 한마디조차 내어지지 않듯이.
힘들다고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다.
대신 단감처럼 흐물흐물해져 버리려는 나 자신을 다그치며 더 단단해지려 애썼다.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고 남은 생존의 조각들이 오랜 시간 동안 쌓여갔다. 세월의 시간들과 비례하며 나는 더욱더 진지해지고 무거워져 갔다.
가끔은 나를 가두는 이런 굴레들이 싫어 정신을 놓고 가벼워져 웃고 싶다. 너 왜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라는 말을 듣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다.
오감 깨우기
1.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온전히 그 맛을 받아들이기
2. 호기심을 가지고 눈을 떠 주변을 관찰하기
3. 귀를 활짝 열어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기
4. 공원을 걸으며 길게 숨을 들이쉬며 호흡하기
5. 사랑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기
눈, 코, 입, 촉감을 동원하며 모든 감각이 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런 활동들로 무거움들이 분산될 때 비로소 가벼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