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보다 중요한 오늘의 소중한 순간들, 내가 추구하는 삶 따라..
어떻게 떠날 것인가를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에 아침의 피아노라는 책을 단숨에 읽었다.
김진영 철학자가 항암 치료를 받으며 쓴 기록이었다.
병상에서- 돌아가시기 3일 전까지 그는 글을 남겼다.
그의 마지막 흔적을 따라가며 마음이 슬퍼졌지만,
우울해지진 않았다.
오히려 피아노의 선율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나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전에- 동네 병원에서 오진을 받았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불안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살아오며 느낀 좌절감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단순히 나는, 너무나도 "잘" 살고 싶었던 거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절망할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마음이 한층 진정된 그 이후로, 앞으로 남은 삶은
정말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종종 중요한 날에 ‘D-day’를 붙이고 카운트다운을 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그렇게 카운트다운되고 있다.
이 숫자는 언제든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 있음을 인지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들
어느 순간부터 무의미한 것들은 비생산적이라 여겼고,
그래서 미국 초창기엔 내 직업이 사라졌단 이유로,
나 자신을 스스로 가치 없는 사람으로 평가했다..
알고 보니, 그 가치, 의미의 기준은
결국 내 마음과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중부에서 살며 난 다람쥐 친구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작은 뒤뜰이 있는 집이었고,
그곳엔 다람쥐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집은 내 집이 아니라
다람쥐들의 집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처음에는 관심도 없던 동물이란 존재를,
알게되고, 그들의 안부를 살피고
공생하며 살아가는 일에 진심을 다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참 우울감과 무기력에 빠져있던 내가,
이 작은 생명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떴다.아니 떠야만 했다.
이층 침대에서 보이던 뒤뜰의 울타리를 일어나면 가장먼저 살피곤했다. 동면시기를 제외하곤 늘 그곳에 올라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야생의 친구들이지만 물을 잘 마시기에,
매일 아침 맑은 물부터 갈아주었다.
그렇게 이 친구들을 잘 살리려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기쁘게”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엉뚱미 가득한 이 무해한 동물 친구들을
보면서 단전에서부터 웃음이 쉼 없이 나왔다.
그만큼 이 친구들이 날 행복하게 해 준 것이다.
찾아오는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돌보는 범위도 커졌다.
울타리 너머 청설모들과 오리부부까지 말이다.
그 다람쥐 집에서, 3년간 살면서
다람쥐와의 우정을 쌓았다. 출산 후 몰골이 말이 아닌 친구를 산후조리해주기도 했고, 아가들을 직접 인사시켜 준 다람쥐로 큰 감동도 받았다.
그들도 알았나 보다. 나의 사랑을!
이 모든 일들은 정말 내 인생 계획 속에
전혀 없던 것들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상 밖의 순간이 나에게 더 큰 행복을 안겨주었고,
내가 정말 무얼 좋아하는지 보게 해 주었다. 나는 동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만,
우리는 분명 교감을 나눴다.
무가치한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쓸데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그 어떤 물질보다 더 충만한 행복감을 안겨준 게 확실하니까. 결국, 각자의 환경과 가치관 속에서 자신을 숨 쉬게 하는 기쁨의 요소들이 있는데. 나에게는 동물들을
돌보는 일이 그랬다.
아쉽게도- 보스턴에 온 후로
아직 친한 ‘동친(동물 친구)’이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을
찾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별 볼 일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살아갈 이유가 될 수도 있는 것들을.
그리고 삶을 떠나는 그날까지,
채워가고 싶은 나만의 재미있고
감성 충만한 모먼트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나를 숨 쉬게 하는 작은 기쁨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것들을 나열해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선명해진다.
다람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나로부터
알게 된 것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한 나를 더 많이
만나봐야겠단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 더 많은 걸 느끼게 해 주자였다.
그래서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
또한 배웠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늘 호기심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
25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아낌없이 즐기고,
또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싶다.
나의 하루를, 기쁨으로 빛나게 해주는 사소한 모먼트는 뭐가 있을까.
아침 해가 뜨는 것, 그리고 저녁 일몰을 체크해 두고 기다리며 잠잠히 바라보는 것.
집에서 중간중간 하늘의 색과 구름 모양을 구경하는 일.
바라는 것을 기도하기보다, ‘그분은 내가 어떻게 살길 바라실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남편 도시락을 정성스럽게 싸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순간.
아침마다 씻어둔 레몬을 썰며 느끼는 싱그러운 향기 맡기.
맛있는 카페를 발견하고, 좋아하는 친구들 데려가는 일
집에서 초록 식물들이 잘 자라는 걸 보는 것.
겨울 달리기를 할 땐, 동치미를 마신 듯한 개운함.
마음이 잘 맞는 책을 만나 한 문장 한 문장에 깊이 빠지는 순간.
외국인 친구들과 마음 통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낼 때.
거의 한 달마다 돌보는 친구네 고양이 두 마리와 좀 더 친해짐을 느낄 때.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 소식을 들을 때 감사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있는 시간. 묵은 마음이 떠내려가는 기분이다.
아침에 흙냄새를 찐하게 맡는 순간, 비 오는 아침엔 더더욱 찐한 흙냄새가 좋다!
길에서 마주친 사랑스러운 동물들, 그 존재만으로도 디즈니 영화 재질이라 행복하다.
다이어리가 빼곡하게 정리되어 가는 것.
남편 도움 없이 미국에서 어떤 미션을 해냈을 때 오는 성취감.
아침 커피 향을 맡으며 한 모금씩 음미하는 순간, 온몸이 정신이 깨어난다는 기분
잘 준비하고 온열매트를 켜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노곤함을 느끼는 것.
주말에 스페셜 메뉴를 만들어 남편과 먹는 즐거움을 여유롭게 누릴 때.
금요일 밤 나 혼자 산다를 볼 때마다, 이런 즐거운 여유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저 ‘무탈하게 잘 살았다’는 것에 감사하는 순간.
우리 모두, 언제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떠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는 늘 끝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하루가, 대충 흘려보내기엔 누군가에겐 너무도 간절하던 그 하루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이 순간들이 모여,
나 또한 누군가에게 따뜻한 흔적이 되어
작은 기쁨을 주길 바라본다.
그게 기록의 의미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