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만난 어느 노인의 이야기
나는
어느 노인을
보았다.
굽은 등을 지닌
그 노인은
빠알간 방울모자를 얹어 쓰고,
강 주변을 익숙한 듯
걸어 나가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외투의 호주머니 속에서
꺼내 든 빠알간 가위를
보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노인은
추운 겨울날에도,
아무도 찾지 않는 이 강가에
나와 있다.
힘없이 나풀거리는 나무줄기를
노인은 쉼 없이 다듬는다.
마치 흐트러진 세상을 정리하듯,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세상의 모서리를
묵묵히 잘라낸다.
나는 보았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세상을 보는
그 노인의 마음을
나는 보았다.
작은 가지들 사이로
노인의 손끝에서
세상의 모서리가 가볍게 다듬어진다.
노인의 조용한 손길로
우리의 겨울이
더 선명해질 수 있었음을.
나는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