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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y 12. 2024

감정을 인정하라고?

나도 인간이다. 

Human, Human being. 


일주일 내내 글로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려고,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려고 매일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살짝은 숨기고 싶었던 어두운 면을 공개할까 한다. 어젯밤만 해도 어떤 글을 써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새벽에 마음이 바뀌었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점이 있으니,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공개해도 되겠다! 

용기를 얻은 듯했다. 

모두가 다 그런 거고, 

모두가 인간이니까, 

나도 인간이니까.


아직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공개는 할 수 없지만, 굉장히 부끄럽고,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어떻게든 극복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한 번의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결국 실패. 우습게 끝나버렸다. 좌절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나에게 실망을 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에게 전해지는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나의 괴로움이 느껴졌는지, 딸아이는 내 눈치를 보고, 옆에 있던 9살 아들은 잠든척하는 나에게 계속 관심을 보인다. 자기 코를 나의 코에 비비적거리며 나에게 말없는 위로를 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나는 모른척했다. 나의 감정을 어찌할지 몰라서, 나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현듯, '내 안에 있는 내'가 나에게 소리치며 화를 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본다. 그렇게 소리를 치는 것도 처음 본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나한테 화를 내고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고, 귀로 들을 수 없는 '내 안의 나'의 모습이고 목소리이지만, 너무나도 확실하게 살아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니엘이 나에게 아침에 뜬금없이 물어봤던 질문이 생각났다. 

"Where is a little angry Kunah?"

다시 물어봤다.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그리고 대답을 들었다.

"그녀는 화가 나있어. 자주."

맞는 말이었다.

요즘 꽤 만족스럽지 않은 일이 한 가지가 있다.


다니엘의 제안대로, 나에게 엄청 화를 내고 있는 그녀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때부터 내 안의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이 여린 마음을 가진 Little Kunah가 있다. 겉에는 벽돌벽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막상 보니 건드리기만 하면 깨질듯한 얇은 유리벽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묻는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을 해준다.


"사라지고 싶어"

"너 품에서, 아니면 엄마 품에서, 아니면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의 품에서 펑펑 울고 싶어"

"너는 나를 존경하거나, 사랑하지 않았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항상 '나는 괜찮다'라고 거짓말을 했지."


그동안 나는 내 안의 나를 사랑하지 않고, 그녀의 바람을 무시하고, 그녀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나는 정말도 그런 척을 행동을 해왔다.


슬프지 않은 척, 

힘들지 않은 척,

괴롭지 않은 척,

외롭지 않은 척,

우울하지 않은 척, 척척척.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척척척하는 건데, 내가 그러고 있었던 거다.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나와, 나의 프레임에서 멀리 떨어져 나를 바라보니 - 이번엔 Big Kunah의 시선으로 -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의 내 모습이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만들어낸 감정이든, 어딘가에서 쑥 들어온 감정이든, 힘들다고 외면하려 해도, 보기 싫다고 무시하려 해도, 자기 자신을 자꾸 표현하는, '내 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녀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하나둘씩 나에 대해 알아가면서 내가 단단해지고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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