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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y 15. 2024

사람이 좋아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다. Ep.02

난 패션 디자이너였다 _ Ep 02

현재 디자인의 일을 하고 있는 나.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던 나. 

원래 전공은 동양화였다. 


물론, 어렸을 적부터 패션 디자이너는 나의 장래희망 리스트 안에 항상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막연한... 그 당시 남자아이들이 '대통령이 될래요'와 같은 발언이었다. 


예술고등학교 2학년 때, 나의 전공을 정할 때에는, 패션 디자이너에 관심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나는 동양화를 나의 최종 전공으로 정하고,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6년을 동양화를 그렸었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우연히 접한 패션 일러스트 그리기 수업!! 그것이 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림 속의 모델 바디에 다양한 의상을 디자인하여 옷을 입혀주면서, 바비인형 놀이를 하면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그 마음이 다시 되살아 났다. 결국, 나는 의상학과에 학사편입하여 좀 더 깊은 두번째 전공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의상디자인 회사에 입사해서는 한 번도 패션 일러스트를 그려 본 적이 없다. 그저 끄적끄적 잡지를 보며 그려봤던 몇 장의 그림들만 내 사진첩 안에 남아 있을 뿐이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그러다 몇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첫째,  난 의상 디자인, 옷에는 별 관심이 없었구나. 나 자체도 옷을 신경 써서 꾸미고 다니는 스타일이 아니긴 했다. 그럼에도 의상 디자인을 좋아했던 이유는, 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거였다. 그래서, 나를 매료시켰던 것이 패션 일러스트. 옷을 그리는 것이 좋았던 게 아니라 사람을 그리는 것이 좋았던 거였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둘째, 의상 디자인 회사에 다닐 때도 그랬다. 사람들이 입는 옷을 어떻게 하면 이쁘게, 멋지게 만드는 가에 관심이 없었다. 고객들의 하루하루를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특별한 옷에 더 관심이 많았다. 이는 미스* 컬렉션의 의상들을 구매하는 분들의 에티튜드를 통해 배운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꽤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분들, 개개인 맞춤으로 옷을 구매하시는 분들, 연말 시상식을 위해 옷을 협찬해 가는 연예인분들. 모두 우리의 제품의 가치와 희소성을 높이 평가해 줬고, 우리 역시 우리의 제품의 가치를 아시는 분들을 위한 제대로 된 의상을 만드는데 자부심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서로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환경 속에서, 그분들의 삶을 돋보이게 해주는 디자인 작업과정에서 꽤 보람을 느꼈었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셋째, 동양화 졸업작품의 주제도 사람이었다. 그 당시에는 사물놀이를 그리는 자체에 의미를 두었었는데, 이제 나이가 들며 얻어진 지혜와 요즘 인생공부의 목적으로 배우는 인문학, 철학을 배우고 나니, 이제야 나의 그림에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네. 

나는 사람이 좋아서, 그들을 위한 의상 디자인을 좋아한 거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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