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안을 살펴보다 05
지난 수요일, 아트 클래스에서는 3 원색(빨강, 노랑, 파랑)을 이용해 무한한 색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먼저 이 세 가지 색을 섞어 검정을 만들고, 여기에 흰색을 더해 회색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탄생한 회색은 채도를 조절하는 데 기본이 된다. 채도를 낮추면 색이 회색에 가까워지고, 높이면 더 선명해지며, 회색의 밝고 어두움에 따라 명도가 결정된다. 이 단순한 과정 속에 담긴 원리들은 마치 인생의 복잡성을 단순화하는 지침처럼 느껴졌다.
이론적으로 색상(Hue)은 빨강, 파랑, 노랑 등 색의 이름을 나타내고, 명도(Value)는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의미하며, 채도(Saturation)는 색의 선명도나 강도를 나타낸다. 이 기본적인 개념들은 수없이 들어왔고, 이미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3 원색을 이용해 다양한 색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 12색, 24색, 36색의 물감 세트를 사용해 수채화를 그리면서 이미 만들어진 색을 사용했었다. 그때는 흰색과 검은색을 사용하는 것도 금기시되었고, 그래서 생각해 보면 나는 색을 직접 만드는 공식이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작업을 해왔던 것이다. 그저 주어진 색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색의 무한한 가능성을 놓치고 있었던 셈이다.
이것은 마치 내가 일상 속에서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었지만, 기본 원리를 이용해 무한한 색을 자유롭게 창조해 본 적이 없었던 것과 같다. 그동안 나는 주어진 틀 안에서만 색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수업을 통해 배운 것은, 단순히 색을 섞는 기술을 넘어,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색을 창조하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나의 일상과도 놀랍게도 일치했다. 내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통해 작업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이와 같은 이치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 작업은 마치 3 원색처럼 기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요소들을 어떻게 섞고 조절하느냐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한다. 이제 나는 단순히 이미 만들어진 색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원리를 활용해 원하는 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그동안 내가 해오던 모든 작업이 더 선명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알게 되었다고 할까.
이것은 나의 작업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도 중요한 깨달음을 제공했다. 매일의 일상에서 나는 이러한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조합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글, 그림, 디자인이라는 기본 요소들을 가지고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탐험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창작물과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고, 그 과정들이 소중하게 다가오게 된 것이다.
매일 겪고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일들, 생각들, 감정들이 이제는 꽤 심플하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 원리를 적용함으로써 나의 작업 방식도 더 명확해지고, 내가 나아갈 방향이 더욱 분명해졌다.
이 경험은 나의 예술적 여정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시켰다. 이제 나는 단순히 막연하게 결과를 얻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며 창조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내가 가진 3가지의 능력에 따라 나의 작품들은 색상, 명도, 채도가 확실하게 정해질 것이다.
아트 수업에서 3 원색을 배운 다음 날, 잠시 들렀던 아트 갤러리에서 마주한 'Hiroshi Sugimoto'의 작품. 그 순간 나는 다시금 3 원색을 마주했다. 단지 물감의 색이 아니라, 색상, 명도, 채도의 본질을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Sugimoto의 작품은 단순한 색의 조합을 넘어, 색 자체가 공간을 채우고, 빛과 어둠이 교차하며 명도가 조율되고 있었다. 마치 한정된 3 원색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하는 것처럼,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복합적인 색의 조화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것은 내가 배운 색의 이론이 어떻게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술적 해답이었다.
작품을 바라보며, 나는 색이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Sugimoto의 작품이 전달하는 색의 힘은, 그날 내가 배운 3 원색의 이론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해 주었고, 나의 창작 활동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