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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Sep 21. 2024

큐브가 다이아몬드가 되는 순간

이 브런치북의 기획은 아트 클래스에서 교수님의 큐브 명암 설명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그날 수업 내내 내 머릿속을 맴돌던 그 문장은, 내가 살아가며 무엇을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졌다. 나는 그 문장을 메모로 적고,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메모는 이러했다:


"나를 중심으로 관계를 생각한다. 이 또한 왜, 이런가를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큐브를 제일 드러내야 한다. - 나를 돋보이게."


이 짧은 메모는 나의 깊은 내면을 흔들었고, 나는 며칠 동안 이 문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글수업 중 나의 생각을 공유했고, 대화는 점점 더 확장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던져진 질문 "큐브를 세우면 어떤 보석이 되지 않을까요? 나를 표현하는 큐브가 보석으로 반짝이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바로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다이아몬드였다.


내 상상 속에서 큐브의 꼭짓점 하나를 바닥에 대고, 반대편을 손가락으로 잡은 채 세우면, 큐브는 마치 다이아몬드의 형태로 보였다. 큐브는 더 이상 나에게 단순한 기하학적 형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내면과 외면이 뒤섞여 하나의 일체성을 이루고,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진 나 자신을 상징하는 존재가 될 듯했다. 


나는 다이아몬드의 투명한 빛을 상상했다. 그것은 나의 참모습을 거짓 없이, 꾸밈없이, 수치심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공간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나의 삶을 다이아몬드 안에 담는다면, 그 빛이 흐려지지 않도록,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를 통해 통과하는 빛이 단순한 빛이 아니라, 나만의 정화를 거쳐 무한한 색을 담아 다시 내보낼 수 있는 그런 다이아몬드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이 정육면체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과정을 글로 표현하기로 결심했다. 단순한 보석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빛과 어둠, 내면의 진실과 외부의 관계,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형성된 나만의 독특한 다이아몬드를 말이다. 


그리고 오늘 새벽, 다시 읽던 <소로의 일기>글에서 나는 이 구절을 우연히 발견했다:


"천재의 작품은 무엇보다도 투박하다. 천재는 시간 흐름을 헤아려 작품을 내놓는다. 시간이 지나 표면이 너덜너덜해지면서 작품의 깊은 품격이 드러난다. 작품의 미는 힘이다. 깨어지면서 빛나고, 갈라지면서 정육면체 다이아몬드가 된다.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내기 위해서는 갈라져야 한다. 그리하여 표면은 내부의 빛에 이르는 창이 된다."


정확히 소로도 '정육면체 다이아몬드'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물론 소로에게는 다른 의미가 있었겠지만, 이 글 읽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길, 그리고 현재 내가 쓰고 있는 이 모든 글들은 바로 이러한 과정이었다. 나는 나를 깨뜨리고, 갈라지면서, 너덜너덜해질 만큼 깊은 성찰을 했고, 이제는 그 상처 속에서 나의 빛이 조금씩 밖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투박하고 완벽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난 11개월 동안의 글쓰기와 9개월간의 독서 모임, 그리고 4개월간의 자기 탐구 과정, 6주간의 큐브에 대한 사색과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내가 변화되었음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제는 그 모든 경험들이 한데 모여 나의 다이아몬드, 나만의 빛을 세상에 비출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이 빛은 투명하고, 꾸밈없는 나의 진실을 담고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 큐브, 정육면체 다이아몬드의 한 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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