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동무 하나만 있으며, 그대들 둘이 충분히 인생의 무대가 된다. 또 그대와 그대 자신만으로 족하다. 세상 사람들이 그대에게는 하나이며, 그대 하나가 그대에게 민중 전체가 되게 하라. 한가하게 집에 있거나, 은둔에서 영광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비굴한 야심이다. 자기 굴에 들어가는 문턱에서 발자국은 지우는 산짐승의 본을 떠야 한다.
그대가 어떻게 그대 자신에게 말해야 할 것인가를 찾으라. 자신에게 은퇴하라. 그러나 먼저 그곳에 그대를 받아들일 차비를 하라. 그대가 그대를 지배할 줄 모른다면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 미친 수작이다. 외로움 속에서도 사람들과 있을 때나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가 있다. 그대가 감히 그 앞에 실수하지 못하는 자가 되기까지. 자신에게 부끄러움과 존경을 느낄 때까지 "그대 마음에 선한 이상을 수호"하라. 이것이 바로 진실하고 순진한 철학의 충고이다.
- 몽테뉴 수상록
많은 것을 비워내니,
한결 가벼워지고,
큐브의 내부를 투명하게 바라보는 기분이다.
이는 나의 참모습을 대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내려놓았다.
나에게 있던 고집,
과거로부터 온 잘못된 습관들,
앞으로를 기대하는 희망까지도.
심하게는
내가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아무리 포기를 하고 놓으려 해도
끈질기게 나에게 연결되는 많은 것들이
나에게 막연한 희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감히 태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버려지기 전에
내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내가 설정한 한계를 내려놓고,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이기 위함이었다.
내 안의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고,
온전히 나 자신을 마주할 준비가 필요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진정한 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나 자신과 나아갈 길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큐브 안,
비워낸 자리에 남은 것은
오롯이 나를 위한 공간이었다.
그 공간은 나를 받아들이고,
나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끝없이 타오르는 욕망과 고집의 잔재를 걷어내고 나면, 몽테뉴가 말한대로 비로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한 이상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