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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by 근아

나만의 공간을 찾아서


한국의 숙소에 도착해서 내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내 노트북과 다이어리들을 놓을 수 있는 작은 책상이다. 그렇다고 그저 노트북을 올려놓기 위해서 찾는 공간은 아니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호텔방에 머물 때조차, 나는 내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조용한 책상을 가장 먼저 탐색한다. 그리고 새벽이면 늘 이곳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한국에서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새벽마다 나홀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책상이 내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된다. 아마도 이곳이 내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스스로와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동안, 나의 생각은 종종 분주한 외부 세계에 묻혀버리곤 한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컴퓨터 앞에 손을 올리는 순간, 펜을 들고 다이어리에 기록을 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 연결되는 기분이다.


나의 책상이 놓인 곳은 매번 달랐다. 호주에서 여러 번의 이사를 할 때마다 거실 구석진 자리에 책상을 두었고, 여행 중에는 낯선 숙소의 창가자리에 자리를 마련했다. 멜버른과 한국을 오가는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도 작은 접이식 테이블이 나의 책상이 되었다. 장소가 달라진다 해도 책상이 내게 주는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나는 그 책상에서 내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꺼내어 세상과 연결시켰다.


이렇게 나만의 책상에서 시작된 작은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나의 하루를, 나아가 나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컴퓨터를 놓을 수 있는 작은 책상이 한국에 와서 내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나를 위한 공간이자,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 꿈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꿈에는 시작점이 있다. 그것은 누군가에겐 찰나의 깨달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오랜 숙고 끝에 찾아온 방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꿈의 시작은 언제나 한 장소에서 비롯되곤 했다. 바로 내 컴퓨터를 올려둘 수 있는 나만을 위한 작은 책상 위에서 였다.


그 작은 공간 위에서 나는 나의 꿈을 마주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작한다. 이곳은 나 자신의 무형의 세계를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구체화하는 나만의 특별공간이다. 이 작은 책상 위에서 나의 생각들은 모양을 갖추고, 글, 그림, 디자인으로 구현되며, 머릿속에 머물던 가능성들이 실제가 된다. 이곳은 나를 둘러싼 외부 세계와 내면의 세계가 교차하며, 나의 사유와 창작이 이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가능성이 싹트는 장소가 된다.


새벽의 고요 속에서 이 책상은 더욱 특별해진다. 주변이 잠든 시간, 이 작은 공간은 무한한 잠재성을 품는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순간에 나는 나 자신과 가장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밝아지듯, 이 책상 위에서 시작되는 나의 꿈도 내 안의 가능성을 비추는 불빛이 된다. 여기서의 시간은 나의 삶이 새롭게 조직되고,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설계하는 의미의 시간이 된다.


꿈은 내가 나를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특정한 꿈 하나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상 위에서 시작된 꿈들은 때로는 하나의 글로, 때로는 하나의 그림으로, 때로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목표로 형상화되었다. 그 꿈들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 연결되어 끊임없는 창조의 여정으로 이어졌다. 이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목적지나 완성된 형태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머무는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무엇을 창조할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 중요했다. 내 작은 책상 위에서 시작된 꿈들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그리고 그 꿈들이 모여 나의 삶이라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간다.


나의 꿈은 내가 서 있는 이곳, 내가 앉아 있는 이 책상 위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소한 일들 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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