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머릿속에 가득 차는 것은 복잡한 계획들이나 예기치 못한 감정의 파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들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의 중심에는 늘 하나의 단어가 자리 잡고 있다: "왜?"
평소에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던 시절, 나는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호기심이 많고 관찰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호기심은 단지 감각의 자극에 머물렀고,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행동으로도 연결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조차 질문하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주어진 대로 살아갔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질문은 사라졌다. 대화 속에서 상대가 스스로 모든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 굳이 내가 물어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질문하지 않는 습관은 자연스러웠고,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내가 질문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어 공부를 하면서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질문들로 시작했다. 영어 선생님이 묻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왜 그 음악을 좋아하시나요?”와 같은 질문들은 단답형 대답으로 끝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 대답은 점점 길어지고, 깊어졌다. 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내 감정과 경험을 돌아봐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로소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급 단계에 접어들어 좀 더 길게 말을 이어갈 수 있을 때쯤, 질문의 깊이도 달라졌다. 내 두 번째 영어 선생님은 단지 좋아하는 노래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의 가사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 답을 찾아내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그 시간들은 자연스럽게 영어연습이라는 것을 잊고,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여정으로 이어졌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내가 듣는 노래를 단순히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해석하고, 나만의 논리를 세우며, 나만의 철학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어 하나, 멜로디 한 줄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그 노래와 나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깊이 이해하게 했다.
나는 그렇게 질문을 받고, 생각하고, 답을 찾는 방법을 배웠다. 마치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며 사고의 과정을 익히듯, 나는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우며 새로운 사고의 세계를 열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질문들을 나 스스로에게 던진다. 책을 읽으며, 일상을 보내며, 조용한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고요함 속에서 떠오르는 질문들은 그저 호기심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 질문들은 나를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한다. 결국 질문은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이며, 나를 나 자신으로 돌아가게 하는 길이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나를 표현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HaetZ-Vu8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