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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디자이너의 언어_ 프롤로그

by 근아

책은 ‘읽는 것’이라 말하지만, 실은 그보다 먼저 보이는 것이다.
말없이 닫혀 있는 표지, 단단히 묶인 책등조차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책의 성격을 드러낸다.
그 말은 활자보다 앞서,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다가온다.


나는 그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다. 북디자이너.
책의 외형을 만드는 일을 하지만, 그 안에서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를 조율하는 사람.
글쓴이의 사유와 편집자의 구조, 그리고 독자의 시선을 하나로 엮어
마지막으로 책을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한다.


글의 흐름에 리듬을 더하고, 이미지엔 침묵의 여백을 남기며,
눈이 머무는 자리와 넘김의 속도까지도 조율한다.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는 일을 한다.


이 브런치북은 그런 디자인의 언어로 책과 조용히 대화해 온 나의 기록이다.
북디자인을 책이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라 믿기에
그 속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보려 한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고,

들리지 않아도 전해지는 신호들.
나는 그것들을 엮어 책 한 권의 온도를 만들고, 존재감을 짓는다.


책이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기 전에,
나는 먼저 책과 오랜 시간 조용히 마주 앉는다.
말없이도 다가왔던 책의 수많은 시그널들,
그것이 어느새 나의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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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14명이 모여 2권의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그 과정을 모두 공유하는 자리, <위대한 시간 2>에 브런치 작가, 독자분들을 초대합니다.

엄마의유산2025_123시리즈.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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