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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나만의 주제를 품고 산다

by 근아

'나다운 삶은 곧 나의 문화가 있는 삶이다'라는 명제로, 오늘도 나만의 문화를 바라보며 이 글을 적습니다.



언젠가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나의 하루에 스며든 단어 하나가

나를 며칠씩 붙잡곤 했다.


단어는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단어를 품고, 만져보고, 내 삶에 비춰보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품었던 단어는 결국 내 삶 속의 중요 포인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치 돌덩어리 속에 숨어 있던 다이아몬드를 발견해

나만의 방식으로 성실하게 가공해

내 삶의 한가운데 놓아두는 일과 같았다.


그러고 나며,

내 삶은 어느새 스스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누가 만들어준 것도 아니고,

갑자기 생겨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에게 온 단어를 잘 품고, 다듬고, 제자리에 놓아둔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된 작은 빛이었다.


모든 언어는 자연에서 탄생하고,

모든 언어는 인간의 삶에서 태어난다.


그러니 내 삶 속에

그 단어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숨어있는지 찾아보는 일은

인간으로서, 그리고 자연의 일부로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인지도 모른다.


나의 삶으로 들어온 단어를

그 단어가 머물러야 할 제자리에 다시 놓아주는 일.

그것이

내가 단어를 품고 살아가는 이유이고,

내 삶이 조금씩 제 빛을 되찾아가는 방식이다.





며칠 전부터 내가 품고 있는 단어는 '책임'이다.

아마도 최근 내 마음 한가운데 떠오른 생각,

'내 삶은 내가 책임진다'

그 작은 속삭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책임이라는 말의 범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매일의 모든 순간순간에 불쑥불쑥 등장했다.


'이것도 책임이란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내 삶 여기저기에

말풍선 스티커를 콕콕 붙여놓는 것만 같았다.


하루를 다 살고 나면

수십 개의 책임 스티커가 내 삶 곳곳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스티커들을 모아,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책임은 누가 주는 것도, 누군가가 확인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느 날,

내가 나에게 건넨 하나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책임을 품고 살아본다는 것은

누구를 따라가거나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믿어보는 일에 더 가까웠다.


내가 걸어온 길도,

지금 걷고 있는 길도,

앞으로 걸을 길도

모두 나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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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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