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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꿈을 만나던 그날 _ 01

by 근아

(꿈은 이루어진다 - 영국 간다 >> 영국행을 결정했던 그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참고하세요)



내가 갑자기 영국에 가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

내가 오래전부터 좋아해 온 일러스트 작가 Helen Oxenbury의 전시회

그리고 작가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단 한 번의 시간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 소식을 접한 순간,

마치 누군가 내 등을 마구 밀어주듯,

나는 그냥, 가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되었다.

2025년 9월 18일 (목요일)


두 달 전의 사진들을 정리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설렌다.

내가 저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꿈'이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시공간, Burgh House는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어느 주택가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갤러리까지 걸어가는 약 20여분.

걷는 동안 묘한 느낌의 에너지를 받는 듯했다.

이 동네는 오래된 동네 같았지만, 왠지 '부자들의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부자다움이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은 전혀 없었다. 그저 오래된 벽돌집들이 줄지어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들의 삶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여유'가 은근하게 풍겨 나오는 듯했다. 걷다 보니 불이 켜진 창문 사이로 잠시 스쳐 집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단정한 외관과는 달리 안쪽은 현대적으로, 꽤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아, 이 동네는...'하고 직감했다.


궁금함에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예술가, 작가, 지식인들이 거주하거나 작품 활동을 해왔던 동네로, 지적이고 문화적인 감각이 자리 잡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주택가의 품격이 높아서 부유한 동네로 꼽힌다는 설명에서 나는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겉의 소박함 뒤에 숨은 풍요로움, 그 조용한 결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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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

지금은 작은 박물관이나 전시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Burgh House.

1704년에 지어진 작은 건물이었지만, 그 안에서는 예술 전시와 커뮤니티 활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내가 오래전부터 꿈꾸던 예술공간의 에너지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살아 있는 작은 공간. 바로 그런 곳에서 나는 내가 오햇동안 마음속에만 품어온 '이야기와 그림이 공존하는 공간'을 현실처럼 느낄 수 있었다.


한 발 한 발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리는지... '그 순간의 나'는 딸이 찍어준 사진과 영상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비록 그 모습은 여기에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때의 마음은 관람객을 처음 맞이하는 곰돌이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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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은 전시공간에 걸려있는 Helen Oxenbury의 그림들을 나는 차분히 그리고 아주 천천히 하나하나 내 눈에 소중하게 담기 시작했다. 작품마다 머무는 시간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 앞에 서 있는 동안 나는 한 가지 생각만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그녀의 60년의 일러스트 역사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 오랜 시간 동안, 세상을 바라본 눈, 삶을 통과하며 쌓인 감정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축적되어 한 장의 그림으로 남아 있다는 것. 나는 지금 그 60년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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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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