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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Aug 15. 2024

시시한 여행 ep2. 그 시작은 밀라노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_걱정반 기대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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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4, 8PM : 밀라노 말펜사 공항 도착 후 렌터카 수령


글로벌 렌터카 예약 사이트에서 5개월 전부터 대기 중이던 차량을 찾으러 짐을 찾자마자 공항 내에 있는 렌터카 존으로 향했다. 어련히 잘 예약해 놨으니 찾기만 하시오!라고 남편에게 당당히 주문을 하였으나 뭔가 이슈가 생긴 모양이다. 알고 보니 내 이름으로 예약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주운전자로 등록되었는데 실상 남편이 운전자 자격으로 차량을 인수하려 하자 기존 예약자인 내 운전면허증과 해외운전면허증을 보여달란 거였다. 가져올까 하다 하와이에서 운전면허증 트랜스퍼할 때 절차상 한국 면허증에 펀칭을 하는 바람에 훼손되어 두고 온 것이 화근이었다. 큰 고민 없이 해외운전면허증도 남편 것만 만들었고. '어차피 100% 남편이 운전을 할 텐데 굳이 필요하겠어?'라고 쉽게 생각한 게 이렇게 문제가 된 거다. 보험까지 풀커버로 완벽한 플랜이라고 자부했던 나의 경솔함이 이태리 첫 관문인 렌터카 찾는 곳에서부터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예약자는 필히 ID와 해외운전면허증 지참할 것, 만약 빠뜨렸다면 약 430유로(한화 65만원) 추가 결제 필요.

포드 쿠가, 거의 새 차를 배정해 준 덕에 일정 내내 우리 네 가족이 쾌적하고 편안하게 이용했다.



- 6/14, 10PM : 브레쏘 NEO HOTEL 체크인 (1박 1객실 조식포함 기준 약 17만원)


우리 부부 기준 3박 4일, 시시(시어머니&시누이)는 2박 3일 이렇게 모두 컴포트 트윈 룸으로 이용했다. 공항에서 50km, 밀라노 시내까진 10km 거리에 위치했지만 조식도 맛있고 리뷰도 참 좋고 무엇보다 첫날만 밀라노 시내투어 후에 나머지 일정은 주변 도시 드라이브를 즐길 예정이었기에 굳이 비싼 시내 숙소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정한 호텔이다.   


# 더블룸? 트윈룸? 나의 경우엔 무조건 후자이다. 아무리 부부라도 특히 여행 중엔 각자의 누울 공간이 필요하다구!

호텔 내부도 맘에 들었지만 지척에 대형슈퍼마켓과 아담한 쇼핑센터가 있어 동네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 6/15 ALL DAY : 가족을 맞으러 다시 공항으로! 그리고 밀라노 시내 관광  


AM 6:30 말펜사 도착, 이른 아침 도착행인 시어머니와 시누의 컨디션이 걱정되었다. 베이징 11시간 반 경유로 우리 부부보다 하루 뒷날 도착하는 꽤 하드한 비행 스케줄에 50대, 70대 모녀가 무리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기우였다. 예약한 호텔로 모시고 난 후, 우리 부부가 빠뜨리지 않고 호텔 조식을 챙기는 사이 샤워를 마치고 환복을 마친 모녀는 바로 바깥구경을 하러 가자 청하셨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가방 메고 계신 시어머니의 재촉에 예상보다 훨씬 일찍 밀라노 시내로 입성하게 됐다. 참고로 이태리 시내는 주차도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콜택시를 이용했다.


아웃도어 패션 러버 큰시누와 패션의 센터 밀라노 랜드마크인 '갤러리아 비토리오 엠마뉴엘 II'에서  

밀라노 대성당 앞. 어마어마한 관광객 인파, 코로나가 끝났음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주변을 눈으로 훑고 우리는 곧장 <시즌비시즌>이란 가수 '비'가 운영하는 유튜브 콘텐츠에서 얼마 전 '노홍철'과 밀라노를 다녀간 에피소드를 챙겨보다 우리도 가보자 했던 토마호크 스테이크 맛집으로 향했다. 여행지에서 나의 맛집 선정 기준은 관광객 전용 스타일의 레스토랑은 배제하려는 편이고 최대한 로컬들이 가는 평범하지만 맛은 평범하지 않은 곳 위주로 눈길이 가는 편이다.


하지만 역시 연예인의 영향력이란, 모두 차체하고 그의 말을 따르게 되는 신비한 마법이 내게 좀 잘 걸리는 편이다. 물론 '비'가 워낙 먹는 것에 진심이니 어련히 맛있겠지 하는 믿음도 있었고! 결국 그곳에서 그가 먹었던 레드와인과 어니언수프와 "1KG당 8.5유로 토마호크 스테이크"라는 엄청난 후킹 메뉴까지 <시즌비시즌> 콘텐츠 속 그 서버 분께 주문하는 데자뷔 같은 재미난 광경. 이 콘텐츠가 유통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찾은 밀라노였기에 그 서버분도 "이게 바로 PPL의 힘이란 건가" 싶은 이 상황을 꽤 즐기시는 것 같았다. 우리 네 식구의 제대로 된 이태리 첫 식사였기에 다양한 이태리 음식으로 기분내기엔 좋았지만 내 기준, 그리고 가족들의 리액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평가는 그럭저럭 잘 먹었다 수준였던 것 같다.  


# 기대가 너무 컸나? 사실 애써 찾아갈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맛!   




스텔라 가이드와 함께한 밀라노 워킹 투어
내 예상과 달리 브레이크타임 없이 곧장 시작된 일정으로
당초 5시로 예약했던 일정을 다행히 3시로 앞당기게 되는데


투어의 시작은 스포르체스코성(Castello Sforzesco). 우리 가족만을 위한 가이드 투어로 약 4시간 정도 곳곳을 걸어서 여행할 예정이다. 장시간 비행에 쉼 없이 여기까지 온 어머님의 걱정이 또 앞섰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예상대로 역시나 아무 문제없음. 70대 중반을 넘은 연세에 체력은 고갈되셨을 테지만 진짜 멘탈로 버티시는 건가? 여행에 최적화된 체력과 멘탈과 마인드셋에 '시어머니가 나보다 백배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 가족의 워킹 투어는
스포르체스코성 -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 밀라노 두오모 - 나빌리오 운하에서 마무리되는 코스였다.


애살 넘치는 부산 아가씨 스텔라 가이드 덕분에 밀라노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됐다.

미켈란젤로의 유작이 된 미완의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은 시간상 패스했지만, 성과 성곽을 따라 내부에 조성된 을 셈피오네 공원(Parco Sempione)을 둘러보며 밀라노 현지 사람들의 주말 풍경을 느껴보는 것도 좋았다. 중간중간 이태리 생활에 대한 가이드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롭고 마치 밀라노에 사는 친척이 편안히 우리를 맞아주는 기분이랄까?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에서 문을 연 밀라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대신 이태리 유명 베이커리 프린치(Princi)가 콜라보했다고.

참고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1호점 시애틀을 비롯해 2호점 상하이, 3호점 밀라노, 4호점 뉴욕, 5호점 도쿄, 6호점 시카고 이렇게 세계에서 6개뿐이라 특히 유럽 내 유일한 리저브 로스터리다 보니 밀라노를 찾는 관광객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중간중간 우리가 몰랐던 이태리에 대한 주옥같은 설명들과 무심코 지나칠 것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주는 포인트가 Good!


건축과 예술에 관해 결벽스러운 이태리에선 공사를 할 때 본체와 동일한 이미지의 휘장을 설치하는 것이 기본인데 지금 보는 건물 정면 역시 실제가 아닌 이미지로 깜빡 속을 뻔했다는.


시내에서 트램을 타고 도착한 나빌리오 운하. 해질녘 우릴 반겨주듯 무지개가 반짝 떠올라 하루의 피로를 가시게 해주기도.


도착 첫날 가능할까 싶었던 4시간의 워킹 투어가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르고, 석양으로 유명한 나빌리오 운하엔 노천카페와 바가 끝도 없이 운하를 따라 줄지어 있었다. 역시 아페롤 스프리츠의 명소답게 테이블마다 예쁜 빛깔의 주황색 칵테일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무지개가 사라질까 서둘러 오늘의 기념샷을 남기고 스텔라 가이드와 인사를 나눴다. 여행 첫날인 오늘 정말 다행히도 시시할 틈 없이 아주 꽉 찬 하루로 기억될 만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이만 Cl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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