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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Sep 07. 2024

시시한 여행 ep8. 이탈리아 최대 규모 가르다 호수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_베네치아 대신 선택한 가르다 호수

오늘은 베로나의 둘째 날,
어제 숙소에 짐을 풀며 '우아~' 탄성을 연발했던 이곳은
이번 시시한 여행의 이탈리아 숙소 중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자
그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 베로나 숙소 정보

https://maps.app.goo.gl/1hbZ8aPGWAqML3Ge7


오래된 정원 속에 지어진 농가 민박(Agriturismo)엔 레스토랑과 와인저장고, 객실 여러 동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옆으론 이들이 운영하는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와이너리 투어는 일정상 아쉽게도 시도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언덕 위 숙소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한 건물에 두 개 호실이 전부라 아주 프라이빗하게 우리만의 시간을 갖기 참 좋은 곳이었다.

 

응접실의 큰 창으론 베로나의 풍경이 액자처럼 근사하게 걸려있었다.


이곳에선 책을 읽다 잠시 졸아도 너무 행복하겠다. 옆엔 근사한 풀장이 있어 더우면 물속으로 풍덩~


어찌나 환하게 웃으시던지, 여행 중 이렇게 자연 속에 잠시 머무르는 것도 색다른 여유와 쉼을 안겨주는 방법인 것 같다.  



오늘은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가르다 호수(Lago di Garda)를 방문할 예정이다. 알프스 산맥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호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다양한 볼거리와 액티비티를 제공하는 인기 관광지이기도 하다.


베로나에서 100KM 남짓한 거리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하니 엄청난 규모의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주차 대기줄이 상당했다. 꽤 유명한 관광지라는 반증이겠지! 급할 것 없으니 찬찬히 주차를 하고 입구까지 좀 걸어가니 생레몬으로 직접 주스를 만들어주는 가게가 우리의 발길을 이끈다.

 

가르다 호수 주변은 특히 레몬 재배로도 유명하다.


보기만 해도 청량감 200%, 눈앞에서 짠 레몬수로 기분까지 더 상쾌해지고~


가르다 호수 주변엔 온천으로 유명한 스파가 여럿 있는데 특히 치유 효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 온천수엔 특히, 황, 칼슘, 마그네슘 등 다양한 미네랄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피부 질환, 호흡기 질환, 근육통 등 다양한 건강 문제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져 고대 로마 시대부터 건강을 회복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여행객들로 인기가 많았다고. 이곳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온천도 한번 경험해 봐도 좋을 듯하다. 


입구엔 가르다 호수를 편하게 관광할 수 있는 보트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 25분/성인 1인 12유로)


스칼리제로 성(Castello Scaligero), 중세 시대에 건축된 요새로 가르다 호수를 방어하기 위한 중요한 군사적 역할을 했다.


성벽은 호수의 물에 바로 접해 있어, 물 위에 떠 있는 성처럼 보이는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30분 남짓한 보트투어를 잘 마치고 뭍으로 나오니 촉촉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터라 우리는 보슬비를 맞으며 길을 따라 조금 걸었다. 유명 관광지답게 다국적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성 안에는 기념품 가게와 여러 식당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 관광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옷색깔을 맞추고 온 듯한 여인이 예뻐 보여 나도 한 컷.
싱그러운 녹음 아래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열을 지어 걷다 서다를 반복하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만장일치로 원했던 피자 맛집으로 향했다.

브레이크타임이라 레스토랑 선택지가 많진 않았지만 다행히 화덕 피자 맛집에서 모두 흡족한 식사를!


실은 시어머니께서 원했던 베네치아 대신 선택한 가르다 호수였기에 오기 전 마음이 좀 불편했던 상황. 여행 한 달 전, 이미 일정 브리핑까지 부산 시댁에 내려가 모두 전달드리고 시작된 여행이었으나 둘째 날 어머니께서 혹시 베네치아에 갈 수 있느냐 갑작스레 물으셨다. 아... 진작 말씀 주셨으면 계획에 반영했을 텐데...


하지만 여행이란 게 이런저런 이유로 일정에 없던 것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9년 전 남편과 큰 기대를 안고 찾았던 베네치아의 짧은 일정에서 우린 둘 다 기대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함께 내렸던 터라 굳이 일정에도 없던 것을 변경까지 하며 가야 할까 고민이 되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만약 꼭 가겠다 하면 바로 오늘밖에 여유가 없었고, 난 고민 끝에 결국 일정에 없던 베네치아는 스킵하고 마음 한켠의 부담을 안고 이곳을 택했었다. 스스로 '마음 참 좁네'라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애써 변명하자면 여기 가르다 호수 역시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인기 여행지 중 한 곳이었기에 큰 기대 없이 오셨던 어머니께서도 잘 왔다며 만족했다 해주셔 감사하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보통의 부모님들께서 원하는 여행지 목록을 보면 "남들도 다 아는 유명한 곳을 나도 여행하고 왔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중요한 것 같다. 얼마 전 친한 친구가 팔순을 맞으신 아버지를 위해 삼 남매가 부모님을 모시고 대가족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무척 고민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았었다. 결국 아버지께서 원하신 곳은 '하와이'였다. 팔순 연세에 다녀오시기엔 비행시간도 짧지 않고 9명씩이나 되는 가족이 다녀오기엔 물가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우리 자식들이 팔순이라고 하와이 여행시켜 줬다"라는 것이 그것을 다 이길 만큼 중요한 명분이 되는 것 같다고...


친구 얘길 접하며, 부모님 세대에서 해외여행을 고민할 땐 이런 부분들도 살포시 고려해야 하는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나 역시 시어머니께서 베네치아를 원하실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도 잠깐 가본 것이 다였기에 사실 이번에 다시 갔더라면 어떤 기분일지 또 모르는 것이지만, 여행을 잘 마치고 온 뒤에도 베네치아에 대한 어머니께 뭔가 설명하기 애매한 지점이 남긴 하는 것 같다.


대신 가르다 호수도 베네치아 못지않게 유명한 물의 도시이니 어머니께서도 이해해 주셨으리라 믿고 이만.


오늘 밤 예약된 오페라를 위해 우리는 다시 숙소로 가서 드레스업을 해볼 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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