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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여행 ep10. 돌로미티 오르기 전, 힐링 타임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_돌로미티 'Q.C 떼르말' 즐기기

by 오월이

평소에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목욕탕을 찾는 나. 이런 나의 목욕의 역사는 아주 꼬마 시절로 거슬러간다. 이혼 후 홀로 두 딸을 키우던 나의 엄마는 직장일로 바빠 직접 아이들을 목욕탕을 데려가지 못해도 때가 되면 여덟 살 무렵의 내 어린 두 손에 몇 천 원을 쥐어주며 동생 데리고 가서 꼭 세신사 아줌마한테 때를 밀라고 했다. 그리고 남은 몇백 원으로 목욕 후 사 먹던 그 차갑고 달큰한 초코우유 맛에 중독이라도 듯,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목욕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특히 어데 여행을 가기라도 하면 꼭 떠나기 전 목욕탕 방문은 필수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역시 그랬다. 목욕재계(沐浴齋戒)라 하지 않는가! 누구랑 가든 간에 여행을 떠날 땐 몸을 가볍게 하고 깨끗이 가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 같기도... 또한 여행 중 어디든 온천이 있는 곳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KakaoTalk_20240903_224437244_09.jpg 돌로미티 온천 주변 마을 풍경, 1차 세계대전 이전 오스트리아 영토였던 곳으로 여전히 그 문화와 언어가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계획에서도 최종 목적지나 다름없는 돌로미티 주변 마을에 온천이 있단 것을 확인하고, 열흘 가까운 여정에 지쳐있을 때쯤 이태리 노천 온천에 뛰어들어 리프레시를 할 수 있단 것에 딱 나를 위한 곳이구나 싶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 모두를 위한! 그래서 여행준비 때부터 꼭 수영복을 챙기실 것을 시댁 식구들께 신신당부했다. 시어머니, 시누와 함께 목욕을 가는 건 처음이었지만 뭐 이미 열흘이나 이곳서 동고동락한 사이에 부끄러울 것이 무어냐 싶어ㅎㅎ


KakaoTalk_20240903_224437244_08.jpg QC Terme Dolomiti, 아름다운 돌로미티 산악 풍경과 함께 고급스러운 온천 시설을 제공한다.

이태리 북부 돌로미티엔 아름다운 자연 풍경만큼 훌륭한 온천도 많은데 이 중 내가 찜한 곳은 바로 'QC Terme' 란 곳으로 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고급 온천 및 스파 브랜드이다. 이곳 돌로미티 외에도 이탈리아 전역에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스위스에도 지점이 있다.

https://maps.app.goo.gl/F3D9QofitLZCt63f6


베로나에서 조식 후, 이곳까지 3시간의 이동! 얼추 도착시간을 계산해 보니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일 듯했다. 마침 QC Terme에서 해피아워 개념으로 낮시간동안 2시간 30분에 한해 이용가능한 합리적인 요금의 상품 [Pausaterme | from 42€ (Spa session from 12.30 pm to 3 pm)]을 발견하고 우린 짧고 굵게 이곳을 즐기기로 했다. 하루 이용요금이 성인 한 명당 64유로인 것에 비하면 조금 비싼 듯 하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종일 있을 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아끼는 편을 선택하자 싶어서였다.


간단히 샤워 후 수영복을 갈아입고 시설로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날이 좀 흐리긴 했지만 그래서 더 운치 있어 보이기도 했고,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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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서일까? 어머니도 언니도 남편도 모두 아이가 된 것처럼 얼굴마다 해맑음 그 자체였다.


마치 우리나라 초대형 찜질방처럼 실내, 실외 다양한 테마의 시설들이 즐비했고, 이곳들을 다 둘러보고 이용하느라 사실 시간은 조금 빠듯했다. 하지만 초록초록한 파노라믹 풍경을 만끽하느라 눈호강, 천연 미네랄 온천수로 피부호강과 혈액순환까지 한도초과의 만족스러운 경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곳으로 누구와 가더라도 꼭 필수 방문을 권하고 싶은 곳이다.


약속된 시간인 3시에 딱 맞춰 부랴부랴 밖을 나섰다. 시간도 꽤 흘렀고 물에 들어갔다 와서 그런지 출출해진 배를 달래러 늦은 점심을 위해 동네 탐방에 나섰다. 마침 브레이크타임이 시작된 곳들이 많아서 옵션이 별로 없긴 했지만 마을의 정취가 잘 묻어나는 식당에 들러 여러 종류의 피자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씩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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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는 남편을 제외하고 여자 셋이 "샬루떼(Salute)"


도우 반죽에 페퍼로니, 치즈 더해 후루룩 화덕에 구워내길래 "참 쉽네 피자 만드는 거" 싶었는데 웬걸 맛이 일품이다. 온천 후에 맥주맛은 말해 뭐 해! 아~ 역시 피자는 이탈리아구나!!!


목욕 후 더욱 맛있었던 기분좋은 점심을 해결하고 우린 돌로미티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볼차노(Bolzano)라는 마을로 향한다. 볼차노는 이탈리아 북부 남티롤 지역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로, 알프스 산맥과 돌로미티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어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이 곳 역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문화가 혼합된 독특한 지역이기도 하다.

KakaoTalk_20240812_124316227.jpg 볼차노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Lago di Carezza,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은 편안하게 가족들과 볼차노의 숙소에서 홈메이드로 해결할 예정이다. 장도 좀 보고 와인도 한 병 더해 그간의 여행을 돌아보는 대화의 시간을 기대하며~ 그리고 나면 내일은 드디어 고대하던 돌로미티를...


Sal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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