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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Oct 27. 2024

시시한 여행 ep12. 돌로미티 세체다에 오르다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_시시한 여행이 인생 여행이었기를!

오늘은 케이블카로 해발 2,500미터 고도의 돌로미티 세체다(Seceda)에 오르는 날이다. 

그전에 잠시 시시한 여행을 처음 계획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 시어머니께 스무고개처럼 이번 여행에서 기대하는 좋고 싫음을 파악하던 때였다. 


▶ 시어머니와 함께 하는 여행 준비 Q&A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maystravel/23


처음 여행 얘기가 나온 그때, 시어머니께서는 미국의 그랜드캐년이 궁금하시다고 했다. 하와이에서 갓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때여서 미국을 또?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열심히 미국행을 알아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사실 네 식구가 열흘 가까이 미국에서 지낸단 건 실로 어마어마한 경비가 예상되는걸 항공료와 숙박비만 알아보아도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랜드캐년의 대항마를 고심하다 마침 이 년 전인가 관심 있게 보았던 돌로미티가 불현듯 떠올랐다. 


내 머릿속에선 왠지 그랜드캐년보다 훨씬 멋진 플랜일 수도 있겠단 기대감까지 들며 6월부터 오픈되는 돌로미티를 FINAL GOAL로 생각하고 있던 차, 어머니께 요청드린 질문지의 답을 확인하면서 내 계획과 뭔가 충돌되는 지점이 포착되었다. 


시어머니의 여행 취향은 새로운 것이라면 모든 도전에 오케이였지만 단 하나, "등산은 싫다"라는 어머니의 분명한 의사표현이 마음에 걸렸다. 이미 내 마음에선 베스트 초이스였던 돌로미티가 혹시나 어머니껜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실 트레킹은 처음부터 무리였고 돌로미티엔 다양한 코스의 케이블카가 있어 어르신들도 해발 삼천미터 가까운 이곳을 아주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친절한 문명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케이블카로 정상까지 이동이니 충분한 타협점이 되고도 남았다. 


그렇게 우리는 돌로미티 오르티세이 마을에서 시작되는 케이블카로 약 해발 2,500미터 고도의 세체다를 마주할 수 있었다. (24년 기준 왕복 요금, 성인 1인 / 45유로)

한 십여분 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그림 같은 장관을 감상하며 도착한 그곳의 첫인상은 이러했다. 


이 날 해가 없이 미스트처럼 흩뿌리는 비도 지나갔지만, 이 역시 여행의 운치를 더하는 장치같이 느껴졌다.
어디든 카메라를 들이대도 모든 사진이 정말 Picturesque 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은 뭔가 모르게 산도 더 느낌 있다고 해야 할까? 이날의 구름과 하늘과 날씨 때문인가? 멋있단 말밖엔...
돌로미티의 독특하고 웅장한 산악 지형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봉우리 이름까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세체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오르티세이 마을 풍경, 오르티세이 역시 해발 1,250미터에 위치한 돌로미티의 산악 마을
어머니께선 조용히 이곳에 걸터앉아 잠깐 생각에 잠기시는 듯했다. 혹시나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을 하셨을까? 
공중그네란 게 바로 이런 거겠지 싶었던 그네 풍경! 어린 아이라 더 가볍게 하늘과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사진만 보면 가족 중 내가 가장 신났던 것 같다. 지구의 중심에서 멀어져서 그런가 평소보다 더 가볍게 느껴진 것 같기도!


언젠가 기회가 허락한다면, 여기서 하루 종일 걷다 하늘보다 앉아 쉬었다 누웠다 하며 한 달쯤 살아보면 좋겠단 꿈을 하나 추가하게 되었다. 옆에 있던 남편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니 "다니오이라" 한다. 본인은 안 간단 건가? 여하튼 늘 나의 어떤 니즈에도 동의를 해주는 고마운 남편이 있어 이 글을 통해 감사 인사를 짧게나마 전한다.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 그래서 시시한 여행이라 불러본 24년 6월에 떠난 가족 여행은, 무릎이 허락할 때 패키지투어 말고, 가족들과 우리만의 자유여행을 해보고 싶다 용기내어 말꺼내주신 시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여행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자식 셋보다 더 팔팔하게 걷고, 보고, 먹고, 마시며 느끼는 76세 시어머니, 그녀의 눈에 비친 이태리를 담아 전하고자 했던 9박 10일의 여정.  


많이 부족한 글솜씨지만 시어머니께서 언젠가 우리의 여행을 떠올리실 때 앨범을 열 듯 이 기록을 보며 추억하시길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행여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을 고민하게 된다면 이 역시도 좋을 것 같다는 작은 바램도 덧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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