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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Oct 06. 2024

시시한 여행 ep9. 한밤의 오페라, 아레나 디 베로나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_이번생에 오페라는 처음이라

우리의 '시시한 여행'을 6월에 떠나기로 한 이유, 바로 오늘의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오페라 관람과 돌로미티 트래킹을 위한 케이블카 이용이 가능한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이 둘 다 6월 중순부터 오픈이 되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래도 이태리 북부는 눈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여름이 다가오는 6월부터 시작해 가을까지가 이런 야외 활동들을 즐기기에 최적기인 것이다. 물론 7,8월도 좋겠지만 전 세계인들이 몰려드는 여름휴가 시즌이니 절로 모든 요금이 비싸지는데 비해 6월은 성수기 직전 합리적인 요금까지 적용받을 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우리 네 식구 모두 오페라도 난생처음인데 그것도 이태리에서 이태리어로 된 공연이라니 처음엔 좀 막막했지만, 우선 필요한 것은 티켓팅! 이 부분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온라인을 통해 예약을 진행했고 무리 없이 공연까지 잘 볼 수 있었다.


2024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AIDA 입장권, 온라인 예약이 완료되면 이렇게 메일로 티켓을 보내준다.


여러 예약대행사이트가 있지만, 나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했다.

간단히 예약절차를 남겨본다.


1) 여행일정과 맞는 공연을 선택한다.

   : 나의 경우엔 베로나 2박 3일 중 이튿날 아이다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날짜별로 공연이 정해져 있음)

    *내년도 라인업은 링크 참조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2025 | 2025년 6월 13일 - 9월 6일 (arena.it)

'라 트라비아타'와 '아이다'와 같은 유명 고전부터 '카르멘'과 '투란도트'까지 매혹적인 공연 라인업이 펼쳐진다.


2) 좌석을 선택한다. 옵션에 따라 요금도 천차만별이니 신중하게 고르시길!

  : 왠지 이번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 '베로나에서 야외 오페라 감상'이란 생각에 우리나라로 치면 S 티켓인 가장 비싼 무대 정면의 오케스트라와 가까운 그라운드 좌석을 선택할까 백만 번 고민하다 선택한 것은, 무대 좌측 노천극장의 중간 허리쯤에 위치한 계단식 좌석.

   오르내릴 때 다소 경사가 있어 어머님께서 불편하실까 걱정되었으나 큰 이슈 없이 결과적으로 무대와 가까워 가격 대비 훌륭한 선택이었다. (참고로 65세 이상은 시니어 요금 할인 10% 적용 가능하다.) 

   

처음 고민했던 좌석의 반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실속 있게 공연을 경험했고 결과는 굿 초이스였다!

 

3) 좌석을 정했으면 이제 결제가 남았는데, 요금을 아낄 수 있는 팁이 하나 있다.

  : 공홈 시스템에 올라온 결제창을 통해 예약하는 것보다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이트에 표시된 담당자의 이메일로 직접 요청사항(인원수, 희망좌석, 시니어할인 적용여부 등)을 담아 메일을 보내면 나의 주문에 해당되는 맞춤 결제 링크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처음 공홈 결제창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보내준다.

  왠지 결제대행수수료나 택스 등을 공제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뭐 싸게 준다는데 이유가 중요할꼬..ㅎ)


원래 고대 로마 원형극장이었던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오페라 공연장 중 하나로, 약 15,000석의 좌석을 제공한다.

   

4) 결제가 마무리될 때쯤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주차장 예약 여부인데...

  : 티켓 예약 시 주차를 함께 포함하겠냐는 안내가 뜬다. 아마 공연장과 제휴된 주차장으로 예약을 유도하는 것 같은데 이 시기엔 모든 주자창이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메시지 때문에 해야 하나 고민을 엄청 하다 결국 패스해 버렸다. 왜냐하면 문제는 공홈에서 함께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태리 주차장 예약 사이트로 넘어가서 따로 결제를 해야 하는 터라 괜스레 해외 사이트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했다가 훗날 스캠 등의 이슈가 생길 싶은 찜찜한 마음현지 가서 부딪혀보자 하고 부분은 넘어갔다. 다행히 당일 공연장 가까운 차장에 무리 없이 파킹 후 일과를 마치고 직접 현장서 결제했고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론 더 비싸지도 않았. (아마 6월이어서 붐벼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 부분은 참고하시길!) 


5) 현장에서 바우처 재확인 후 입장이 필요한데 이때 메일로 받은 바우처의 QR코드로 간단히 확인가능했다.


이렇게 순조롭게 입장 후 착석을 하고, 이윽고 대망의 시작을 알리며 오페라의 막이 열리는데...

9시가 넘어 막 어둠이 깔리기 전 공연의 시작을 울리는 징소리와 함께 막이 오른다. [사진 참조: 공식홈페이지]   

    

참고로 오페라 아이다(Aida)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사이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는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이집트에 포로로 잡혀 있는 신세.

라다메스는 아이다의 사랑과 조국을 위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한편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도 라다메스를 사랑하고 있어 이 치명적인 삼각관계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데...


이렇듯 아이다는 사랑, 충성, 배신, 희생이라는 인간사의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아이다의 비극적 결말은 오히려 작품의 긴장감과 감동을 극대화시켜 지금까지 전 세계가 사랑하는 클래식 오페라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배우들의 강렬하고 깊은 감정 표현과 웅장한 음악, 화려한 대규모 무대와 의상, 조명 등 압도적인 연출로 채워진 이태리 최고의 공연장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이 시간과 공간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 감동 그 자체로 다가왔고 이번 여행을 더 특별하게 해 주지 않았을까 싶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를 경험하기에 더없이 황홀했던 하룻밤의 꿈같은 시간이었다.


자정이 넘어 마치는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 오늘 오전부터 이어졌던 데이투어로 어머님께서 피곤하실 듯 해 공연 중간 휴식시간인 인터미션에 2부는 생략하고 귀가할지 여쭤보니 "택도 없는 소리!"라는 우리 시어머니! 우리 중 가장 몰입하며 공연에 흠뻑 빠져계셨던 것 같다. 무대 양옆 대형 전광판으로 영어 번역이 제공되긴 하지만 사실 이태리어나 영어나 이해 안 가긴 매한가지! 미리 숙지하고 온 아이다의 대강의 줄거리로 눈치껏 스토리를 꿰어 가며 라이브로 연주되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 찬란하기까지 한 무대 세트와 조명들로 사실 지루할 틈 없이 공연 마지막까지 졸지 않고 ㅎㅎ 잘 감상할 수 있었다.




나의 사심으로 시작된 이벤트였으나 시어머니를 비롯한 우리 가족 모두 공연을 잘 즐기신 것 같아 무엇보다 뿌듯했고, 특히 여행이 더해갈수록 나에게 진심으로 감동이 된 점은 여행 내내 시어머니께서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흥미, 그리고 그것들을 즐기고 경험하는 것에 정말 활짝 열려 있는 모습이었다. 매일 소녀같이 설레며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이도, 언어도 '여행에 있어 한계란 없구나'를 계속 느끼게 했다.


새로운 경험을 기꺼이 원하고 만끽하고 싶다는 바로 그 마음과 욕구가 나이와 언어, 관습을 뛰어넘는 여행의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시어머니께 이번 여행이 정말 그런 선물 같은 시간인 것 같아 마지막 일정인 돌로미티로 향하는 내일이 기대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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