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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Oct 21. 2024

시시한 여행 ep10. 돌로미티 오르기 전, 힐링 타임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한 이태리 여행기_돌로미티 'Q.C 떼르말' 즐기기

평소에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목욕탕을 찾는 나. 이런 나의 목욕의 역사는 아주 꼬마 시절로 거슬러간다. 이혼 후 홀로 두 딸을 키우던 나의 엄마는 직장일로 바빠 직접 아이들을 목욕탕을 데려가지 못해도 때가 되면 여덟 살 무렵의 내 어린 두 손에 몇 천 원을 쥐어주며 동생 데리고 가서 꼭 세신사 아줌마한테 때를 밀라고 했다. 그리고 남은 몇백 원으로 목욕 후 사 먹던 그 차갑고 달큰한 초코우유 맛에 중독이라도 듯,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목욕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특히 어데 여행을 가기라도 하면 꼭 떠나기 전 목욕탕 방문은 필수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역시 그랬다. 목욕재계(沐浴齋戒)라 하지 않는가! 누구랑 가든 간에 여행을 떠날 땐 몸을 가볍게 하고 깨끗이 가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 같기도... 또한 여행 중 어디든 온천이 있는 곳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돌로미티 온천 주변 마을 풍경,  1차 세계대전 이전 오스트리아 영토였던 곳으로 여전히 그 문화와 언어가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계획에서도 최종 목적지나 다름없는 돌로미티 주변 마을에 온천이 있단 것을 확인하고, 열흘 가까운 여정에 지쳐있을 때쯤 이태리 노천 온천에 뛰어들어 리프레시를 할 수 있단 것에 딱 나를 위한 곳이구나 싶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 모두를 위한! 그래서 여행준비 때부터 꼭 수영복을 챙기실 것을 시댁 식구들께 신신당부했다. 시어머니, 시누와 함께 목욕을 가는 건 처음이었지만 뭐 이미 열흘이나 이곳서 동고동락한 사이에 부끄러울 것이 무어냐 싶어ㅎㅎ


QC Terme Dolomiti, 아름다운 돌로미티 산악 풍경과 함께 고급스러운 온천 시설을 제공한다.

이태리 북부 돌로미티엔 아름다운 자연 풍경만큼 훌륭한 온천도 많은데 이 중 내가 찜한 곳은 바로 'QC Terme' 란 곳으로 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고급 온천 및 스파 브랜드이다. 이곳 돌로미티 외에도 이탈리아 전역에 여러 지점을 운영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스위스에도 지점이 있다.

https://maps.app.goo.gl/F3D9QofitLZCt63f6


베로나에서 조식 후, 이곳까지 3시간의 이동! 얼추 도착시간을 계산해 보니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일 듯했다. 마침 QC Terme에서 해피아워 개념으로 낮시간동안 2시간 30분에 한해 이용가능한 합리적인 요금의 상품 [Pausaterme | from 42€ (Spa session from 12.30 pm to 3 pm)]을 발견하고 우린 짧고 굵게 이곳을 즐기기로 했다. 하루 이용요금이 성인 한 명당 64유로인 것에 비하면 조금 비싼 듯 하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종일 있을 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아끼는 편을 선택하자 싶어서였다. 


간단히 샤워 후 수영복을 갈아입고 시설로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날이 좀 흐리긴 했지만 그래서 더 운치 있어 보이기도 했고,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였다. 


따뜻한 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서일까? 어머니도 언니도 남편도 모두 아이가 된 것처럼 얼굴마다 해맑음 그 자체였다.


마치 우리나라 초대형 찜질방처럼 실내, 실외 다양한 테마의 시설들이 즐비했고, 이곳들둘러보고 이용하느라 사실 시간은 조금 빠듯했다. 하지만 초록초록한 파노라믹 풍경을 만끽하느라 눈호강, 천연 미네랄 온천수로 피부호강과 혈액순환까지 한도초과의 만족스러운 경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있었던 곳으로 누구와 가더라도 필수 방문을 권하고 싶은 곳이다. 


약속된 시간인 3시에 딱 맞춰 부랴부랴 밖을 나섰다. 시간도 꽤 흘렀고 물에 들어갔다 와서 그런지 출출해진 배를 달래러 늦은 점심을 위해 동네 탐방에 나섰다. 마침 브레이크타임이 시작된 곳들이 많아서 옵션이 별로 없긴 했지만 마을의 정취가 잘 묻어나는 식당에 들러 여러 종류의 피자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씩을 주문했다.

 

운전대를 잡는 남편을 제외하고 여자 셋이 "샬루떼(Salute)"


도우 반죽에 페퍼로니, 치즈 더해 후루룩 화덕에 구워내길래 "참 쉽네 피자 만드는 거" 싶었는데 웬걸 맛이 일품이다. 온천 후에 맥주맛은 말해 뭐 해! 아~ 역시 피자는 이탈리아구나!!! 


목욕 후 더욱 맛있었던 기분좋은 점심을 해결하고 우린 돌로미티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볼차노(Bolzano)라는 마을로 향한다. 볼차노는 이탈리아 북부 남티롤 지역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로, 알프스 산맥과 돌로미티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어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이 곳 역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문화가 혼합된 독특한 지역이기도 하다. 

볼차노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Lago di Carezza,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은 편안하게 가족들과 볼차노의 숙소에서 홈메이드로 해결할 예정이다. 장도 좀 보고 와인도 한 병 더해 그간의 여행을 돌아보는 대화의 시간을 기대하며~ 그리고 나면 내일은 드디어 고대하던 돌로미티를... 


Sal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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