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고 또 설 연휴를 보내고 나니 아주 조금은 내 삶이 리셋이 된 느낌이 든다. 브런치북의 이름을 ‘현림의 개.운.한 인생’으로 해놓으니 하루에도 몇 번씩 ‘개운하다’라는 단어를 자주 되뇌일 수 있어 좋다.
지난주에는 이 ‘개운하다’를 브런치북 이름에 써보라고 권한 후배를 만나 그의 사주원국을 함께 보면서 그간 파편적으로만 나누었던 이야기를 한데 모았고, 몇 가지 질문은 타로카드를 골라보며 나누어보기도 했다. 내가 어떤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면, 이미 알고 있는 소스들을 아낌없이 공유하는 후배에게 언제든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설 전에 만날 수 있어 고마웠다.
‘개운(법)’에 대한 내 생각이 크게 바뀐 것은, 고미숙 선생님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읽은 뒤였다. 몇 년 전 이 책을 펼쳤을 때만 해도, 내가 명리 공부를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언젠가 다시 봐야지 하면서, 어려운 명리 용어들을 뒤로하고 본문 뒤쪽을 읽어나가는데, 두 가지 개운법으로 ‘정리정돈 잘하기’ ‘약속시간 잘 지키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어라! 겨우 이거였어? 나의 첫 반응은 이랬다. 이거 못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전부터 나야말로 마음이 복잡하거나 할 때 집안 곳곳을 정리하며, 깨끗해진 그곳마냥 내 마음도 정돈되기를 기다린 적이 많다. 약속시간 또한 항상 그 시간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경우가 더 많은 편이었다.
공교롭게도 얼마 뒤 현묘샘의 블로그에서도 개운을 주제로 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상의 루틴을 꾸준히 이어가라.’는 글을 접했다. 여기서 말하는 일상의 루틴은 출퇴근, 등하교 등의 모든 사람들이 하는 것들이 아니라, 나만이 하고 있는 공부나 운동, 취미 등이어야 했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개운’은 어떤 거창한 비법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몸과 마음을 움직여 내가 관장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가꿔 나가는 것임을. 어쩌면 생각보다 소박해서 단번에 체감이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한 도반님이 앞으로 몇 년 간 장기 연재 작업을 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는 고민에, 너무 멀리 보지 말고 하루 하루에 집중하면 어떠냐, 나의 경우에도 달력의 숫자를 지우다보니 어느새 작년 1년이 지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다. 나중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전해 와서 무척 반가웠었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내 앞에 산적한 과제와 문제를 미션 클리어하는 것일텐데, 가끔씩 숨구멍이 필요할 때 나만의 소박한 개운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