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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다닌 회사 떠나며 쓰는
퇴사 메일

MBTI가 쓰는 퇴사메일 마지막: ENFP A

by 과몰입

MBTI가 쓰는 퇴사메일, 재밌게 즐기셨을까요?

드디어 마지막 퇴사메일입니다.


지금까지 얘기했듯, 작별이란 남에게 선언함과 동시에 나에게도 일어나는 일이지요.

거기에 자발적으로 어떤 집단을 떠나며 남기는 메시지란 의외로 복잡한 문맥을 갖게 되고요.


결국 우리 삶에서 영원히 작별할 수 없는 존재는 우리 자신이기에,

모든 헤어짐에 남기는 메시지의 종착점은 우리 자신이 아닐까요?


이런 사실은 과녁을 빗맞출 생각이 없는 화살처럼 날카롭지만

다정한 마음으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간, ENFP A의 작별을 만나보세요.




스물아홉에 첫 정규직. 그 후 많은 회사들을 거쳐가며 나름 늦깎이 직장인으로서 애썼던 나. 이젠 나에 대해 조금 더 알 것 같다. 내가 ‘회사 체질’이 아니라는 걸.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는 여러 회사에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몇 개월이든 몇 년이든 내가 몸담았던 회사들을 떠올리며, 회사를 다시 다니고 싶은 생각이 날 때 보기 위해 나만 간직할, 절대 보내지 않을 퇴사 메일을 써본다.


To. A회사

늦은 나이에 경력이라곤 인턴 6개월뿐이었던 저를 신입사원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게다가 사수의 나이도 저랑 동갑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적은 연봉이라도 저를 들이는 데에는 큰 결심이었을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너무 의욕이 넘친 나머지, 제 뜻대로 상황이 안 따라주니까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자료에 비밀번호 걸어서 전달해 주신 C주임님과 크게 싸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제가 꽤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걸 몰랐어요.


To. B회사

저렇게 3명의 직원과 싸운 와중에 마침 연락이 와서 홀라당 넘어간 B회사. 좋게 봐주셔서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근데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가 저랑 정말 안 맞았어요. 저는 핑크핑크하게 책상 꾸미고 인형 안으면서 일했는데요, 사무실에서 저만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하려다 보니 어깨에 담이 와서 목이 안 돌아가더라고요. 체력도 안 받쳐줘서 자리에 앉아있기도 힘들어서 입사 5개월 만에 도망쳤네요. 그땐 제 체력을 모르고, 마음만 앞섰어요.


To. C회사

제가 유일하게 오래 다녔던 회사. 자유롭고 직원분들 ENFP 밭이라 너무 좋았어요. 저의 능력도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 행복하게 다녔답니다. 재택근무도 많이 해서 좋았는데, 막판엔 너무 심심했어요. 심심해서 영어 학원도 다녔어요. 규모 큰 회사도 다녀보고 싶고, 규모 큰 일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땐 제가 재택이 맞고, 혼자 일하는 게 맞다는 걸 몰랐어요.


To. D회사

경력직은 함부로 움직이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해 준 회사. 경력직인데 이것도 못해?라는 말에 많이 힘들었어요. 일이 너무너무 많은데 칼퇴하시는 팀장님 덕분에 처음으로 회사에서 밤을 새봤어요. 그냥 바로 그만둘까 생각도 많이 했는데, 퇴직금이랑 팀원들 때문에 버텨봤어요. 그땐 회사 안에서 생존법이 따로 있다는 걸 몰랐어요.


한 회사에서 다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이제는 안다. 나는 혼자 일하는 게 좋고, 자유롭게 일하는 게 좋다. 꼭 남들처럼 안 살아도 살아지더라!


그래서 이제는 남들이 부러워할 퇴사 메일 대신 내가 나를 이해한, 나 자신에게 보내는 이 메일로 마침표를 찍는다.




댓글 모음

너무 의욕이 넘친 나머지, 제 뜻대로 상황이 안 따라주니까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INFP: 엄청난 열정 신입이셨군요!!! 관련 분들도 지나고 보면 ENFP님 참 열정적이었지 하고 추억하지 않을까요


자유롭게 일하는 게 좋다. 꼭 남들처럼 안 살아도 살아지더라!

INFJ: 이 결론이 너무 좋아요 여러 회사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라 정말 인생에서 경험은 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이제는 남들이 부러워할 퇴사 메일 대신 내가 나를 이해한, 나 자신에게 보내는 이 메일로 마침표를 찍는다.

INFP: 퇴사메일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일까, 퇴사란 또 뭘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준 글 같아요. 누구에겐 그냥 평범한 마지막 인사일 수도 있겠지만, 한 단락의 사회생활을 끝맺는 마침표라고 생각하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그리고 ENFP님 글을 읽으며 어쩌면 우리 자신에게 보내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점을 캐치하신 ENFP님의 마음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어서 좋았어요! 비록 여러 회사에서 고생도, 재밌는 일도 많았지만 결국 자신의 길을 찾게 된 점도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ENFJ: INFP님 해석 너무 멋있는데요! 나 자신에게 보내는 메일이라.. 저도 항상 남들에게만 퇴사메일을 보내봤지 저한테는 퇴사메일을 보내야 하는 생각을 못해봤어요, ENFP님의 시각이 멋스러워요!!

ENFP B: 완전 생각지도 못한 생각인 것 같아용. 퇴사메일을 나에게도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니 새롭네요. 열심히 일한 나한테도 말해주는 것도 필요한 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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