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P, ISFJ
안녕하세요,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달에 접어들었습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글쓰기 모임이 벌써 이만큼 진행됐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고,
온라인상에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합니다.
서로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공유하다 보면
우리 각자가 얼마나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삶을 살아왔는지 체감하게 됩니다.
사실 저희 멤버는 아는 사람의 권유로 들어온 사람도 있지만, 모임의 그 누구도 모르는 채로 들어온 분도 계시는데요.
그럼 이번 기회에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기 위해 이번 키워드 주제는 서로에게 질문해 보는 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키워드, 서로에게 질문하기!
가장 처음은 이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INFJ, 그리고 INFJ님의 친구로 이 모임에 초대받은 저 INFP와 최근에 새로운 MBTI로 들어오신 ISFJ, 세 명의 질문과 답변입니다.
혹시 궁금했던 MBTI 멤버가 있었다면, 이번 시리즈를 주목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질문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ㅎㅎ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주인공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 살짝 부담스러운 상상이었어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첫 번째 질문은 유난히 오래 고심했습니다. 그래도 만약 영화로 만든다면, 정말 꼭 넣고 싶은 BGM이 있어요. 바로 NCT DREAM의 Diggity라는 노래입니다. 거기에 이런 가사가 나오거든요. “내 삶을 위해 난 싸울 거야. 난 이 삶과 사랑에 빠진 거니까.” 저는 불안과 오래 싸웠어요. 지금도 여전히 불안하고, 불안을 동력으로 스스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공해 내는 공장 같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추천해준 민음사 유튜브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불안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다.” 그때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어쩌면 난 이 삶을 사랑하기에, 계속해서 불안했구나. 잘 살아내고 싶어서 너무나도 소중해서. 그때부터 그전엔 흘려들었던 Diggity의 가사 또한 새롭게 들렸습니다. 저 노래가 제가 불안을 끝내 이겨내고 극복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장르를 정해보자면 리틀 포레스트나 카모메식당처럼 잔잔한 힐링물이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잔잔하게 흘러가기가 참으로 힘들지 않나요? 그래서 불가능할 거 같지만 노력해 보려고요. 그리고 관객들이 이렇게 평해줬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 삶은 웃기고 재밌지만, 어딘가 모르게 멋지다"
습관으로 만들기 어려운 것,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아침형 인간으로 살기"입니다. 흔히 하는 말이 아침을 잘 활용하면 이점이 많고 하루가 길고 뿌듯하고, 뭐 이런 이야기가 많은데 저는 그게 참 힘듭니다. 사실 저는 아침에 부지런한 편입니다. 학교 직장에서 지각을 해본 적도 거의 없고 서둘러서 움직이는 편이라서요. 초등학교 때는 매일 반에서 1등으로 등교했습니다ㅋㅋㅋㅋ(별명이 할머니였어요) 저는 아침형 인간이겠거니 생각하며 살아갔는데,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결과에서 저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습니다. 제가 “저녁형 인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아침에 초예민 상태가 되는 제 모습이 한 번에 이해가 가면서, 아 평생을 억지로 아침형 인간에 맞춰 살아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모든 게 이해가 갔습니다. 근데 사회시스템이 "아침형 인간" 위주로 돌아가기도 하니까 나름 절충하여 저도 이제는 조금은 내려놓고 "노력형 아침형 인간" 정도로 살아가려고 하는 중입니다.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지 뭐, 이런 마인드로요. 아침형 인간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건, 정신건강에는 아침형 루틴이 좋다는 말을 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는, 저녁형 인간이지만 아침형 인간의 탈을 쓰고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갑니다. 그게 습관인지, 억지인지… 가끔은 저도 헷갈리네요.
집을 제외하고 가장 마음이 편한 공간이라면 아주 시끄럽지 않은 대형 카페 같아요! 작은 카페는 사장님이 너무 잘 보여서 부담스럽고, 핫플레이스 대형카페는 너무 시끄러워서 힘들더라고요. 프랜차이즈 대형 카페에 가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아요! 군중 속에 있지만 그 누구도 제게 관심이 없는 듯한 느낌이 편안함을 줍니다.
저 이 질문 뭔지 알아요. 옛날이야기나 신화에 보면 이런 질문에 섣불리 잘못 대답했다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곤 하거든요? 그래서 함부로 대답하면 안 되는 그런 질문이잖아요.
자 그럼,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하나 골라야 한다면 뭘 고를 수 있을까요…? 애초에 '하나'를 고를 수 있을까요? 세상 모든 것은 어떻게든 다른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떤 '하나'만 없애겠다고 해도, 그와 관련된 무언가 분명히 있을 테니 정말 그 ‘하나’만 없앨 수는 없는거죠.
그치만 역시 굳이 굳이 하나를 골라 보자면…“인간이, 에너지 생산을 위해, 인공적 기술로 만든 원자력 발전으로 생겨난, 인간이 지구라고 이름 붙인 행성 상에 현존하는 핵폐기물”…? 이 정도는 없애도 괜찮지 않을까요…? 무슨 말인지 알죠? 무턱대고 방사성 물질이요! 라고 얘기하면 우린 이제 엑스레이도 못 찍고, 멀쩡히 제 기능하는 방사성 원소들이 다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당연히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폭력, 혼돈과 질서, 연민과 혐오.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볼 수 있겠지만…. 솔직히 자세히 설명하라면 하기 힘든 것 같아요. 혹시 가장 오래 같이 살았던 친구가 저랑 정반대 MBTI였던 것도 포함해도 될까요…?
음 사실, 세상의 모든 것은 원처럼 맞닿아있는데 우리의 시야가 좁아 한 줄 선으로 보이는 걸지도 몰라요. 선에는 양쪽 끝이 있으니, 그걸 극과 극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실 폐곡선으로 맞닿아있는 건데도요. 극과 극은 통한다고 어렴풋이 생각하는 건…그 폐곡선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증거가 아닐까요?
기회가 된다면 꼭 배워보고 싶은 것이라…! '기회가 된다면 배워보고 싶은 것'과 '꼭 배워보고 싶은 것'은 좀 다른 결이긴 한데…. 궁금한 게 많아서 고르기가 힘드네요!
그치만 정말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기회가 생긴다면! 요트 주행…?! 바다 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참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만화 <원피스> 아시나요? 어렸을 적엔 그걸 보면서 항해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어린 나이에 매일매일 세계 전도를 들여다보면서 나라와 수도를 외웠던 기억도 나고요.
안 그래도 최근에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됐어요. 그때 당시에도 그렇게 친하진 않았고, 워낙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어디서부터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또 어느 정도 사회적 체면을 갖추고 얘기해야 할지, 그냥 나답게 실없는 얘기를 해도 될지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웬걸, 친구가 인생이 지루하고 답답하다며 냅다 해적이 되고 싶다고 얘기하는 거 아니겠어요. 뭐랄까, 왠지 모르게 감동이었어요! 누군 실없다고 얘기하더라도 마음 속 소중한 낭만 같은 걸, 얘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었을까요…?
그러자 문득 예전에 요트를 탔던 기억이 났어요. 그래서 요트로 여행하게 되면 대충 해적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대답했죠. 그때 태워주신 선장님이 차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거라고 ―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내비게이션의 어원도 사실 항해한다는 뜻이죠!― 말씀하시면서 요트 키 근처에 붙은 화면을 보여주셨는데요. 물론 저는 화면 속 그 무엇도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렇게 보고 있자니 요트라는 게 마냥 꿈속의 탈것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게다가 그날 러시아에서 요트를 타고 놀러 온 부부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 세상 어딘가에선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요트를 타고 여행한다는 게 너무 신기했죠.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겐 여전히 낭만과 꿈속 이야기일 뿐이지만요…. 그렇게, 친구에게 무턱대고 말해버린거죠. 요트를 타면 해적 비스무리한걸, 할 수도 있다고.
아무튼, 가능하다면 요트 주행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요트도, 작지 않은 걸로 한 대 받았으면 좋겠네요. 벌써 태울 사람이 하나 둘 떠오르는데요….
이 질문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미래의 가능성을 그리기 위해선 결국 과거의 추억이 바탕이 되니까요. 그래도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전 ‘미래의 가능성’에 의해 더 힘을 얻는 편이에요. 추억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들거든요. 게다가 가능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기에, 내가 그려가는 대로 삶의 방향이 바뀐다는 점도 매력적이잖아요.
저는 자신의 현재 상황이 어떻든, 미래를 꿈꾸고 그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늘 멋지다고 생각하며 동경해 왔어요.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과거나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늘 미래를 그리며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죠. 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런 과정 자체가 결국은 만족감과 성취감을 안겨주더라고요. 가능성은 내가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때로는 마치 이미 가능성에 도달한 것처럼 스스로의 모습에 살짝 자아도취하게 되기도 해요. 그리고 그 자아도취는 곧 자신감이 되어,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준답니다.
저는 ‘계획 세우기’가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미래를 상상하며 크고 작은 계획들을 세우고 이루는 과정을 좋아해요. 돌이켜보면 제 방 벽에는 추억을 담은 사진들보다, 미래를 상상하게 해주는 사진이나 그림, 문장들이 더 많이 붙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이런 글쓰기를 계속하다 보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고 있어요. 그런 상상이 퇴근 후 피곤한 와중에도 글을 쓰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죠. (너무 S 같나요? 하하…)
‘순수하게’라는 단어에 꽂혀 한참 고민했어요. “순수한 즐거움이 뭘까?”. 결국 내린 결론은 ‘결과에 상관없이 그 순간과 과정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었어요.
저는 최근 비로소 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느낀 순간에 그 감정을 느꼈어요. 특출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특히 작고 귀여운 캐릭터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어요. 이런 전 올해 초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하기’라는 목표를 세웠어요. 틈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며 총 6개의 이모티콘을 제출했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미! 승! 인!
처음엔 그리는 게 정말 즐거워서 밤을 새워가며 몰입했지만, 점점 승인만을 바라보며 그리다 보니 즐거움은 사라지고 부담과 실망만 남았어요. 승인률을 높인다는 그림체, 글씨, 컨셉으로 바꿔가며 작업했지만, 결국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하는 생각에 지쳐 한동안 아이패드를 열지 않게 됐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 아이패드를 켰어요. 그때 그린 그림은 대칭도 안 맞고, 글씨도 삐뚤었고, 컨셉도 특별하지 않았지만, 이모티콘을 꼭 출시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으니 모든 게 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예전처럼 그림을 그릴 때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행복했어요.
지금도 이모티콘 출시에 대한 목표를 버리진 않았지만, 순수한 즐거움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이모티콘이 되길 바라며 그리고 있어요.
처음엔 "가진 돈 다 쓰며 보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멸망을 앞둔 세상에서는 돈을 쓸 수 있는 곳도 없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본 바는 이렇습니다.
첫째 날엔 남은 6일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도 해둘 거예요. 집 정리, 식료품 준비, 전하고 싶은 말 정리, 자동차 정비 등 말이에요. 그 후에는 사랑하는 친구들, 지인, 친척들에게 연락해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둘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는 하루 종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평소처럼 일상을 나누고, 좋아하던 음식도 만들어 먹고, 자주 가던 산책로나 바다에도 다녀오고 싶어요.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함께 보며 추억을 나누는 시간도 가질 거고요.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되, 내가 가진 것과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 순간을 더 깊이 즐기고 마음껏 기뻐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결국,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은 의미 있을 테니 가족과 함께라면 무엇을 하든 상관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