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이 왜 오늘의 나를 괴롭히죠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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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혼자 조용히 음악 듣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대책 없는 서글픔이 몰려와 힘에 부칠 때도 있다. 밤이란 으레 사람을 많이도 약한 존재로 만들곤 하니까.


별달리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던, 그러니까 꿈이라는 게 없던 삼십 대의 대부분은 지루하고 따분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늘 어렵고, 나는 어딘가 좀 주눅이 들어서는, 보람이나 자부심과는 거리가 먼 세월들을 하릴없이 흘려보내고 있었다. 3인칭의 시점으로 날 보았다면 그거 정말 한심했을 거야.


사람 때문에 유독 힘이 들었던 날, 눈치를 많이 봐야 했던 날,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싶을 정도로 무기력한 시간을 보낸 날의 밤에는 낮동안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괴로워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그런 시기에 오왠의 <오늘>을 들으며 나는 조금 위로를 받았던 거 같다. 퇴근길 버스 안,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로 향하는 횡단보도 위,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오왠의 곡을 듣다가, 눈이 뻘게지면 일부러 집 문을 늦게 열기도 했다.


힐링, 청년, 청춘이란 단어들 조금은 개똥망 같다고 생각되지만, 분명 내 생애 청춘 끝자락에 울려 퍼진 청춘가의 느낌이었달까. 사는 거 정말 재미없네, 꿈이 없는 사람은 정말 서글프네, 싶던 시절의 힐링송이기도 했고.

그러니까 '힐링'이란 단어의 의미가 실존하는구나 하는 것을 분명 <오늘>을 통해서 느꼈던 것 같다.


맘 속 깊은 곳에서부터 흔쾌히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은 <오늘>을 듣고서 2년 정도가 지난 후였다.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오늘의 나를 괴롭히는 시간들이 아주 조금은 줄었다.

무엇 하나 보장된 것은 없음에도, 한글 파일을 열어 원고를 써 내려간 날은 어쨌든 내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어렵고, 낮의 부끄러움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날은 있지만, 이젠 괜찮다.

밤이란 으레 사람을 약하게 만들곤 하니깐. 나만 힘든 게, 나만 밤에 괴로운 게 아니라는 것을 <오늘>을 들으며 알았으니까. 그러니 이젠 정말 괜찮다.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오늘밤이 왜 오늘의 나를 괴롭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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