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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1년 전의 오늘

by 이경


아직 완독 전인데 좋다. 읽으면서 내가 서간체의 글을 참 좋아하는구나, 새삼 느낀다. 심지어 이 책의 주인공은 이미 죽어버린 이에게 말하고 있는데도.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좋은 걸지도.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글쓰기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

시그리드 누네즈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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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작년 오늘, 편집자 S에게서 온 메일을 다시 열어보았다. 작년의 오늘, 하루에만 편집자 S는 네 통의 메일을 주었다.


다음 날과 또 그다음 날엔 <난생처음 내 책> 홍보를 위해 유튜브 방송 출연이 예정돼 있었다. 편집자 S가 보내준 네 통의 메일에는 방송에 쓰일 기본적인 대본과 함께, 안부 그리고 자신의 동행 여부 등이 적혀있었다.


편집자 S는 다음 달 책의 마감이 있던 상황이라 방송 녹화 일정은 출판사의 마케터 부서 분들하고만 함께하기로 했는데, 편집자 S는 자신의 스케줄을 변경해가며 이틀의 방송을 모두 동행해주었다.


민폐를 끼쳤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어린애가 아닌데, 어린애처럼 굴었구나.

편집자 S는 예정에 없던 방송 출연을 함께 해주기도 했다. 그게 참 고마웠다. 내 옆에 편집자 S가 있어서 든든했다.


첫날은 일산에서의 녹화였다. 출판사가 있는 목동에서 마케터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동했다. 마케터님은 <난생처음 내 책>의 굿즈가 나왔다며, 미니북 포스트잇을 전해주셨다.


다음날은 홍대에서의 일정이었다. 청자켓을 입고 나간 그날 편집자님은 오늘 입은 옷이 예쁘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와이프가 시킨 대로 입고 나왔다는 말은 하질 못했다.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편집자 S, 마케터님과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일정을 마치고 출판사 분들과 헤어지면서 나는 편집자님에게 조금 추태를 부린 것 같기도 했다.


"편집자님, 저 한 번만 안아주세요."


옆에서 지켜보던 마케터님은 조금 당황스러웠을 텐데. 출판사 분들과 헤어지고 나는 지하철을 타면서 조금은 울었던 거 같다.


그때 나는 누구에게라도 좀 안기고 싶었다.

어디에라도 기대고 싶었다.


1년 전 그날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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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목소리>까지, 지금까지 발표한 네 종의 책을 모두 읽어주신 한 독자분은 <작가의 목소리> 리뷰를 남기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가의 목소리>도 너무 재밌지만, 이경의 책 중 딱 하나만 추천한다면 그땐 <난생처음 내 책>을 추천하겠노라고.


아, 그렇죠. <난생처음 내 책>

저에게도 정말 특별한 책입니다.


<작가의 목소리>에서 <난생처음 내 책> 좀 읽어달라고, 막 조르는데, 그거 그저 웃기려고 써놓은 얘기 아니거든요. 편집자 S의 따뜻한 코멘트도 있고, <난생처음 내 책> 읽고서 투고에 성공했다는 사람도 제가 조금 봤거든요.


책을 내면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 부끄러운 구석이 있는데 그 부끄러움이 가장 적은 책을 고르라면, <난생처음 내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출판사의 역량과는 무관한 오로지 내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하지만 모든 글쟁이는 신간을 밀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저의 최신작, <작가의 목소리>를 읽어봐 주세요. <작가의 목소리>가 재밌으면 그땐 <난생처음 내 책>도 읽어달라 이겁니다. <난생처음 내 책>이 재밌으면, <작가님? 작가님!>도... 그냥 다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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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이 지나 <난생처음 내 책>의 담당 편집자 S님을 곧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굴을 보게 된다면 이번엔 울지 않아야지.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 <친구>를 읽으면서, 그렇게 편집자 S를 떠올렸다.


<난생처음 내 책>과 미니북 포스트잇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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