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미남과...

by 이경



작년에는 많이 걸었는데, 어느새 게을러져서 올해는 확연히 덜 걷고 있다. 다시 좀 많이 걸어야지, 싶어 퇴근하고서 집 앞 공원을 걷다가 그림자가 잘생겨 보여서 찍어봤습니다.


잘생겼죠? 잘생겼다고 해주세요, 네? 저도 그림자만큼은 잘생길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아아아아. 머리가 아파서 손을 올린 게 아니고, 이마에 피부트러블이 심해서 만지다가 찍었다. 그림자에는 피부트러블이 없으니까요.


공원을 몇 바퀴 걷고서 땀에 절은 채 집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들어서니, 젊은 남녀 둘이서 정수리 냄새 맡고 껴안고 뽀뽀하고 그러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향하다 잠시 멈칫. 멋진 참 어른이라면, 아아 좋을 때다, 아름다운 청춘의 연인들이구나, 나는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야지, 잠시 자리를 비켜주어야겠다, 해야 마땅하겠으나, 가다가 뒤돌아설 생각 하니 뭔가 좀 비굴한 것 같고, 오늘은 나도 피곤해, 젊은 연인이고 청춘이고 자시고 집에 가서 빨리 씻고 싶은 것이었다.


결국 젊은 커플 뒤에 서서 꿉꿉하게 아저씨 땀냄새를 풍기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이 젊은 커플 잠시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여전히 아이 좋아 껴안고 정수리 냄새 맡고 그런다. 보다 못해, 아아 저기요, 젊은이들, 날도 더운데 여기서 그러지들 마시고 그냥 방을 하나 잡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는 말은 못 하고서... 그저 속으로, 으으으, 이 당돌한 mz세대들 같으니라고... 으으으... 화가 난다... 꼭 그렇게 내 앞에서 정수리 냄새 맡고 그래야만 속이 후련했냐... 자다가 발바닥에 모기나 물려라... 하는 심정으로 같이 엘리베이터에 탄 것이다, 쳇. 쳇쳇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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