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펴기에 앉아서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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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간 오금 저리는 삶을 살고 있다. 사실 '오금이 저린다.' 하는 표현은 비유적으로 무서운 일이 생기거나 할 때 쓰는 표현이었기에 '오금'이 정확히 어느 부위인지도 알지 못했는데, 어느핸가부터는 비유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탓에 이제는 그 부위도 정확하게 짚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어깨가 무겁다.

발걸음이 무겁다.

오금이 저린다.


비유적 표현이 비유가 아닌 실제 삶에서 일어날 때, 그걸 그저 비유적 표현으로 쓸 수 있었을 때가 행복했음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영원토록 그저 비유로만 알고 싶은 어떤 표현들이 있는 것이다. 백지영이 노래한 '총 맞은 것처럼' 같은.


여하튼 작년부터는 부쩍 오금 저리는 일이 많아져서, 사무실 근처 공원을 돌다가 '오금펴기' 기구에 앉아 다리를 펴곤 했다. 오금이 저리기 전에는, 저거 뭐 정말 간단한 운동 아닌가, 한 6~70대쯤 되면 저것도 운동이 되려는가, 싶었는데 40대에 접어들면서 오금펴기 기구에 앉게 되었으니 보통 서글픈 일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시대 평민의 평균수명이 35세 정도였다고 하니, 뭐 40대에 오금이 저리는 것도 충분히 그럴 수 있지 하고서는 이제는 마음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조선 시대였다면 이미 흙이 되어버렸을 비천한 몸뚱아리 의학의 힘으로 살아간다, 으쌰으쌰 하는 기분이랄까.


올해는 다행히 작년에 비하면 괜찮은 몸으로 지낸다. 오금펴기에 앉아 운동을 하는 시간도 거의 없을 정도였는데 오늘 사무실 근처 공원을 돌다가 오랜만에 오금펴기 기구에 앉아보았다.


자아, 오랜만에 오금을 한번 펴볼까나, 으쌰 하고서 운동을 하려는 순간, 눈앞에 이름 모를 벌레가 버티고 있어서, 오금펴기는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멈추어 오금이 저려버렸다는... 뭐 그렇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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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쟤는 이름이 뭐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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