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점심으로는 오랜만에 샐러드를 먹었다. 샐러드라고 해도 메인으로는 페퍼치킨인지 치킨페퍼인지 암튼 후추가 뿌려진 치킨이 들어간, 고기반 야채반 샐러드였다. 여하튼 키오스크인지 키스오크인지 키크오스인지 매일매일 헷갈리는 기계로 주문을 했고, 주문 번호는 71번이었다.
얼마 후 71번 띵동 해서, 샐러드를 받으러 갔더니 트레이만 나와있고 정작 샐러드는 나와있지 않았다. 번호가 불리고서 음식이 준비되지 않은 광경을 나는 최근 몇 년간 보지 못했다.
음식 내주는 곳 앞에서 멀뚱멀뚱 엉거주춤, 누가 내 샐러드를 옮겼을까, 10여 초를 불안해하고 있으니 그때서야 직원은 나의 소중한 치킨이 들어간 보올(Bowl)을 내주었다. 아마도 이곳 직원은, 음식이 다 차려지지도 않았으면서 "밥 다 됐다 밥 먹으러 와라~" 하는 우리네 어머니 밑에서 자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많은 이들이 글이라는 게 스토리 우선이냐, 문체 우선이냐 뭐 이런 질문과 답을 하는 걸 보았다. 머리에 든 게 많은 분들이야, 아, 글은 무조건 스토리 우선이다, 스토리가 짱이야, 하는 거겠지만 나처럼 머리에 든 게 개뿔도 없는 인간은, 아니야 아니야, 음악은 바흐에서 시작해서 비틀스에서 끝나버렸다는 말이 있듯이, 이야기라는 거 사실상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다 끝나버린 것 아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글은 무조건 문체 우선이다... 문체가 짱이야... 하는 것이다.
지난날 언젠가는 내 글을 구독했다가 한 일주일 만에 구독을 접으신 분이 계셨는데, 훗날 그분이 말씀하시길, 아아 이경이경의 글을 보았더니 자꾸만 나도 모르게 이경의 문체를 따라 하게 되어 그만 구독을 풀 수밖에 없었다고 하셔서... 마치, 사랑하기에 헤어진다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쳇.
내가 쓴 책 중에서 가장 킹받는 문체의 책이라면 단연 <작가의 목소리> 일 텐데, 책 리뷰를 써주신 분의 절반 정도는 <작가의 목소리>에 썼던 문체를 흉내 내어 리뷰를 써주셨다 하는... 오랜만에 올려보는 <작가의 목소리> 홍보 글.
3. 작년 유튜브든 SNS든 인터넷이든 뭐 어디를 통해서든. 내가 배운 것 중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내용 하나를 꼽으라면,
북침인지 남침인지 용어가 헷갈릴 때에는 '똥침'을 떠올려봐라, 하는 거였다.
공격을 가하는 쪽이 아닌 당하는 쪽이 단어에 쓰인다는 내용이었는데, 실로 유용한 내용이 아니었는가 싶다.
어디서 누가 한 말인지 당최 기억도 안 나고,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