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잡담 230503

by 이경



1. 오늘 점심으로는 오랜만에 샐러드를 먹었다. 샐러드라고 해도 메인으로는 페퍼치킨인지 치킨페퍼인지 암튼 후추가 뿌려진 치킨이 들어간, 고기반 야채반 샐러드였다. 여하튼 키오스크인지 키스오크인지 키크오스인지 매일매일 헷갈리는 기계로 주문을 했고, 주문 번호는 71번이었다.


얼마 후 71번 띵동 해서, 샐러드를 받으러 갔더니 트레이만 나와있고 정작 샐러드는 나와있지 않았다. 번호가 불리고서 음식이 준비되지 않은 광경을 나는 최근 몇 년간 보지 못했다.


음식 내주는 곳 앞에서 멀뚱멀뚱 엉거주춤, 누가 내 샐러드를 옮겼을까, 10여 초를 불안해하고 있으니 그때서야 직원은 나의 소중한 치킨이 들어간 보올(Bowl)을 내주었다. 아마도 이곳 직원은, 음식이 다 차려지지도 않았으면서 "밥 다 됐다 밥 먹으러 와라~" 하는 우리네 어머니 밑에서 자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많은 이들이 글이라는 게 스토리 우선이냐, 문체 우선이냐 뭐 이런 질문과 답을 하는 걸 보았다. 머리에 든 게 많은 분들이야, 아, 글은 무조건 스토리 우선이다, 스토리가 짱이야, 하는 거겠지만 나처럼 머리에 든 게 개뿔도 없는 인간은, 아니야 아니야, 음악은 바흐에서 시작해서 비틀스에서 끝나버렸다는 말이 있듯이, 이야기라는 거 사실상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다 끝나버린 것 아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글은 무조건 문체 우선이다... 문체가 짱이야... 하는 것이다.


지난날 언젠가는 내 글을 구독했다가 한 일주일 만에 구독을 접으신 분이 계셨는데, 훗날 그분이 말씀하시길, 아아 이경이경의 글을 보았더니 자꾸만 나도 모르게 이경의 문체를 따라 하게 되어 그만 구독을 풀 수밖에 없었다고 하셔서... 마치, 사랑하기에 헤어진다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쳇.


내가 쓴 책 중에서 가장 킹받는 문체의 책이라면 단연 <작가의 목소리> 일 텐데, 책 리뷰를 써주신 분의 절반 정도는 <작가의 목소리>에 썼던 문체를 흉내 내어 리뷰를 써주셨다 하는... 오랜만에 올려보는 <작가의 목소리> 홍보 글.


3. 작년 유튜브든 SNS든 인터넷이든 뭐 어디를 통해서든. 내가 배운 것 중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내용 하나를 꼽으라면,

북침인지 남침인지 용어가 헷갈릴 때에는 '똥침'을 떠올려봐라, 하는 거였다.

공격을 가하는 쪽이 아닌 당하는 쪽이 단어에 쓰인다는 내용이었는데, 실로 유용한 내용이 아니었는가 싶다.

어디서 누가 한 말인지 당최 기억도 안 나고,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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