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소설과 글쓰기 교실

by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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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로랭의 <익명 소설>.

재밌다. 서점에서 펼쳐 보고, 투고, 출판사, 편집자, 원고 검토부 같은 단어가 보여서 들고 온 책.


내용이나 분량으로 봤을 때 미니멀한 귀욤 뮈소 느낌.

(200페이지 분량) 몇몇의 등장인물들과 잦은 플래시백 등, 시공간이 장면장면 왔다갔다 하는데, 결국은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사건으로 향해 가서 크게 헷갈리거나 하진 않다. 작가가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는 듯. 중간중간 갸우뚱한 이런저런 떡밥들도 막판에 잘 회수해 내고.


한마디로 영화 보는 느낌인데, 작가가 영화를 공부하고 시나리오도 썼던 사람이라 그런 영향도 있는 듯.

요즘엔 잘 안 읽지만, 한때는 우리 귀요미횽 귀욤 뮈소의 책을 즐겨보던 때도 있었다. 귀욤 뮈소의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 책도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책에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소설의 주인공 출판 편집자 비올렌이 글쓰기 교실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느라 정작 자기 글은 안 쓰는 작가 프랑수아에게 일갈을 가하는 장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돕는 게 잘못이란 말인가?"


"잘못이에요."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었잖아요. 재능을 타고났다면 작가가 되는 데 작가님의 도움은 필요 없어요. 회복할 수 없을 불행을 당신이 심어주고 있는 거예요.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내버려 뒀으니까."


"글쓰기 교실 출신 작가들도 있어."


"거의 없죠......"

"그리고 작가님 강의를 듣고 작가가 된 사람도 없고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속으로 낄낄 거렸다.


비올렌은 아마 작가가 되는 데에는 후천적인 가르침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집자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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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하고, 결말을 보았으니 재독을 하면 이해가 더 잘 될 것 같다능. 한번 더 읽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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