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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최고의 그 집이 생각난다

행당동 만두전빵, 기다림 끝의 따뜻한 맛

by 까칠한 한량

차를 몰고 집에서 나와 스카이웨이를 천천히 내려오는데,
투덜 여사가 물었다.

“오늘은 뭐 먹을까?”


늘 그렇듯 우리는 메뉴 하나, 식당 하나를 두고 끈질기게 고민한다.

한 끼도 대충 넘길 수 없다.
그게 우리 식의 하루 마무리다.

요 며칠 새 훅 들어온 찬바람 때문인지 따뜻한 국물이 유난히 당겼다.
그리고 동시에 떠오른 이름 하나. 행당동 만두전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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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엄청 서 있겠지?”
“그래도, 거기잖아.”

그 말이면 충분했다.
그 집은 생각나면 그냥 가야 한다.
이유도, 변명도 필요 없는 그런 집이다.

예상대로 대기실엔 사람들이 빼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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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남짓 기다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은 늘 같다.
만두전골 2인분과 녹두전 한 장. 합 30,000원

이 집의 정석 메뉴다.

김이 오르고, 국물이 끓고,
그 소리마저 따뜻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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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온 녹두전은 도톰하고 바삭하다.
겉은 고소하게 튀어오르고,
속은 부드럽게 녹두 향이 스민다.
전골이 끓기 전 허기를 달래기에,
이보다 좋은 한 조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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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전골이 도착하고 잠시 후 끓기 시작한다.
국물 위로 만두 여덟 개가 고개를 내민다.
신김치, 버섯, 배추, 떡이 어우러져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깊고 맑다.
한입 떠먹으면 입안은 뜨겁지만 속은 묘하게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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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개성식으로,
고기와 채소로만 속을 채워 당면이 없다.
한입 베어 물면 담백한 맛이 오래 남는다.

요란하지 않고, 꾸밈없는 맛.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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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집 근처엔 전국적으로 이름난 자하손만두가 있다.
맛은 훌륭하지만 전골 2~3인분에 7만 5천 원.
그곳이 경험하는 맛이라면, 행당동 만두전빵은 살아가는 맛이다.


서민의 주머니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그 안에는 돈으로 셀 수 없는 정성이 담겨 있다.

최근엔 방송에 나온 유명 셰프가 극찬을 하며
손님이 더 늘었다고 하지만,
이 집은 여전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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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은 그 자리 그대로고,
만두는 여전히 담백하다.

한 시간의 기다림이
한 냄비의 온기로 보상받는 집.

서울 안에서도 아직, 진득한 국물맛에
정직한 맛이 남아 있음을 알려주는 곳이다.


그리고 늘 아쉬워서 포장을 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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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엔 괜히 따뜻한 밥집이 생각난다.

아마 그건, 맛 때문이 아니라

온기가 그리워서일 것이다."



만두전빵 서울 성동구 행당로 15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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