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의 설렘을 그대로 간직한 수유리 다래 함박 이야기
수유리 다래함박을 찾을 때면,
고등학교 시절 첫 미팅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이대입구의 작은 레스토랑, 처음 마주한 함박스테이크.
미팅도 처음, 함박스테이크도 처음이었습니다.
앞에 앉은 친구는 자기만의 규칙이 있는 듯했습니다.
“난 돈까스 먹을게, 넌 함박스테이크 먹어봐.”
처음 듣는 메뉴 앞에서 잠시 멈칫했지만,
그녀의 장난기 섞인 눈빛에 결국 “그래…” 하고 대답하고는
생전 처음 보는 함박을 주문합니다...
달콤새콤한 소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고기의 식감,
그리고 후식으로 나온 진한 블랙커피의 쌉싸름함까지.
솔직히 말하면 첫 미팅은 실패였지만,
그날의 함박과는 아직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수유리 기사 식당 골목에는 닭한마리집, 24시간 중국집, 돌솥밥집 등
작은 알려지지 않은 맛집들이 있지만, 오늘은 다래함박....
가격은 단돈 6,500원. 곱배기도 있습니다..
식사 시간에는 지글지글 돌판 위에서 익어가는 함박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웨이팅이 기본입니다.
수유리 다래함박은 전 창업 사장님이 고기를 직접 손질하시던 경험 덕분에
재료 선택부터 정성이 남다릅니다.
고기도 엄선되어 풍미가 살아 있고,
특히 소스는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맛입니다.
함께 나오는 반찬은 단순하지만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삭한 양배추 샐러드, 구수한 콩나물국, 잘게 썬 깍두기, 넓게 펴진 밥.
돌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함박을 한 입 베어 물면,
처음에는 달콤함이 입안 가득 번지고,
곧 자연스럽게 사라지며 육즙과 고기의 풍미가 살아납니다.
씹는 맛이 없는 저가 함박과 달리, 다래함박은 부드럽게 녹으면서도
고기 본연의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소스와 고기가 어우러져, 첫 경험의 감동을 다시 느끼게 합니다.
단돈 6,500원으로 맛있는 함박과 소스를 즐기고,
하나 더 포장해 집으로 돌아갑니다.
저에겐 옛 추억과 현재의 만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다레 함박은 작은 시간 여행입니다.
그 친구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겠지요..
다래함박스텍 서울 강북구 수유로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