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한 불합격은 없다

예중입시를 끝내며

by 샤봉

불합격 이 세 글자를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실기보고 아이의 자신감있는 모습에 ‘붙을 거야’라는 생각 한편에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며 했던 걱정이 현실이 되다니.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고작 만으로 11세인 내 아이에게 너무 일찍 실패를 경험하게 했다는 것. 지금도 너무 시리네요.


그동안 들인 엄마의 노력들(라이딩해 주고, 도시락 싸던 시간이나 미술학원비 같은..)이 아깝다거나 후회되진 않습니다. 학원에서 선생님한테 혼나 속상해서 울었던 아이의 얼굴, 한 번씩 학과공부로 제가 잔소리하다 아이 펑펑 울리고 학원 보낸 일, 도시락매고 무거운 키트 들고 버스 타러 가던 아이의 모습, 밤늦게 집에 와 야식 먹고 공부하던 아이의 뒷모습, 예비반 들어가서 다른 친구들보다 못해서 눈물을 보이던 아이가 어느 날 처음 별표 받아 칭찬받고 기뻐하던 얼굴…이 모든 순간들이 스쳐가며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됐을까, 별별 미안한 생각들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인생의 실패에도 총량이 있다면 여기까지면 좋겠습니다. 제가 겪은 실패의 경험보다 자식의 실패가 더 아리고 아프네요.


그럼에도 예고 갈 거야라고 말하는 아이가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저는 그 나이대에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해본 기억이 없어요. 그냥 엄마가 가라는 학원 다니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 것 같거든요.


발표 후 사흘이 지난 지금도 한 번씩 합격하고 싶었다며 고개를 떨구곤 하지만 또 금세 괜찮아집니다. 학원에서 자기보다 못한 애가 붙고 당연히 될 것 같던 친구도 떨어졌다는 걸 보면서 이게 꼭 실력 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이번에는 자기가 운이 없었다 생각이 드는가 봅니다. 발표 후 원장선생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죄송하다고 하는데 왜 내 아이가 떨어져야 했냐 따질 수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학원은 최선을 다하셨고, 저희 아이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1년간 미술학원을 다녔습니다. 영수학원 다닐 때보다 너무 밝아진 얼굴로 단 한 번도 힘들다고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학교친구들보다 미술학원친구들이 더 좋다고 말하던 아이를 보며 엄마인 저는 제 딸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즐겁게 중학생 생활을 하면 참 좋겠다 싶었죠. 그걸 할 수 없게 되어 속상해하는 아이를 보는 게 가장 아팠습니다.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목표를 향해 가는 여러 개의 문 중에 하나의 문이 닫힌 것뿐이라는 걸요. 그래서 처음 입시에 발을 들이며 했던 마음가짐 “인생의 목표가 예중은 아니다”를 다시 새겨봅니다. 일반중 가서 예고준비가 쉽지 않겠지만 아이가 가겠다면 또 해야죠. 멀리 보겠습니다. 고작 열한 살이 매일 12 시간 넘게 그 딱딱한 플라스틱의자에 앉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힘이라면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3년 후에는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3화예중입시 D-7. 원서접수, 분위기,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