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되면 내가 느낄 설렘보다 아이들의 기쁨을 더 많이 고민한 지 10년이다.
산타할아버지한테 뭐 받을지 생각했냐며 유도신문을 하던 것
배송일정 맞추느라 온갖 쇼핑사이트를 뒤지던 것
몰래 포장해서 차 트렁크에 숨겨놨다가 아이들 잠들면야밤에 주차장 내려가 가져오던 것
심지어는 영어로 쓸 줄도 모르는 필기체 써가며 산타랍시고 카드를 썼던 것
12월 메인 가족행사(딸생일, 남편생일)에 크리스마스까지 꽤나 부지런하게 연말을 보내야 했는데, 이제 그중 하나가 줄었다.
드디어 올해, 산타는 없다고 전격 선언!
사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큰아이에게 산타는 10살까지만 선물을 줄 거라고 슬쩍 말해뒀었다. 고학년이 되면 친구들 사이에도 산타가 없는 걸 아는 친구들이 생길 수도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나에게 “엄마 친구들이 산타가 엄마아빠래” 라며 확인을 하기에 때가 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8살인 둘째는 좀 억울할 수도 있지만..!
잠자리에 누워 양팔에 한 명씩 아이들을 끼워두고 이야기했다.
할 이야기가 있어. 실망하지는 마!
있잖아, 산타는 없어
그럼 그동안 선물이 어떻게 왔어?
그럴 리가 없다며 의심 가득하게 잠든 이브의 밤이 지나고,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화이트크리스마스의 아침. 선물이 없는 걸 확인한 아이들이 배시시 웃었다.
진짜네
언젠가 이탈리아의 어떤 주교가 산타가 없다고 했다가 ‘동심파괴’라고 사과한 일도 있었는데, 파괴된 동심으로 눈물로 얼룩진 크리스마스의 아침이 되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그동안의 산타놀이 즐거웠어!
너희가 아니었다면 엄마아빠에게도 없었을 추억들이 되었네.
메리 크리스마스